‘저임금 해소’ 힘겨운 첫발…2년차는 제도·틀 안착 과제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2018.05.09ㆍ노동 정책
세계에서 가장 긴 축에 드는 노동시간,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비정규직 임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산업재해 사망률, 최하위권인 노조조직률. 한국 노동시장을 설명하는 부끄러운 수사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내걸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2022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줄이는 등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년 동안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을 제도적 틀을 만드는 첫발을 뗐다. 저임금과 빈곤,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최저시급을 7530원으로 16.4% 올렸다. 공약대로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15.7%씩 올려야 하는데 첫 해에는 일단 목표치를 넘겼다. 오는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달 말까지 6만명의 전환을 완료했다. 노동자 절반 이상이 전환 대상에서 빠졌고 상당수 비정규직을 자회사 직원으로 돌리긴 했지만 ‘역대 최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임은 분명하다.
이전 정부들과 달리 노조 파괴 같은 부당노동행위나 노동자에게 고용불안 위험을 떠넘기는 불법파견을 강력 제재하는 기류도 형성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노조 회의실을 불법도청한 LG화학에 대해 즉각 조사를 벌였고, 노조 활동을 한 직원들을 부당전보한 MBC 경영진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집권 2년차의 과제는 제도와 틀을 안착시키는 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목표치대로 15%대 인상률을 유지하려면 올해보다 1100~1200원 올려야 하는데 경영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수당과 상여금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을지 여부는 국회 환노위에 계류된 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여도 경제 충격이 적도록 후속대책을 내놔야 하고, 최저임금이 올라간 대신 영세사업주를 보조해주는 1년짜리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시행할지 정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줄줄이 결정되는 향후 두세 달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 3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인정 같은 노사관계 문제에는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지난 3월 전국공무원노조가 규약을 바꿔 9년 만에 합법화되긴 했지만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근본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정부가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도 갈 길이 멀다.
노동계의 해묵은 요구들을 잘 관리하고 실현하는 것도 숙제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한국지엠과 조선업계 등에서 구조조정을 용인해 산업문제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희생만을 강요했다”고 규탄하며 9일부터 위원장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날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개별 정책들은 비교적 잘 추진했는데 집단적 노사관계 문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진척이 더뎠다”고 말했다.
ㆍ노동 정책
세계에서 가장 긴 축에 드는 노동시간,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비정규직 임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산업재해 사망률, 최하위권인 노조조직률. 한국 노동시장을 설명하는 부끄러운 수사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내걸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2022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줄이는 등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년 동안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을 제도적 틀을 만드는 첫발을 뗐다. 저임금과 빈곤,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최저시급을 7530원으로 16.4% 올렸다. 공약대로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15.7%씩 올려야 하는데 첫 해에는 일단 목표치를 넘겼다. 오는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달 말까지 6만명의 전환을 완료했다. 노동자 절반 이상이 전환 대상에서 빠졌고 상당수 비정규직을 자회사 직원으로 돌리긴 했지만 ‘역대 최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임은 분명하다.
이전 정부들과 달리 노조 파괴 같은 부당노동행위나 노동자에게 고용불안 위험을 떠넘기는 불법파견을 강력 제재하는 기류도 형성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노조 회의실을 불법도청한 LG화학에 대해 즉각 조사를 벌였고, 노조 활동을 한 직원들을 부당전보한 MBC 경영진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집권 2년차의 과제는 제도와 틀을 안착시키는 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목표치대로 15%대 인상률을 유지하려면 올해보다 1100~1200원 올려야 하는데 경영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수당과 상여금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을지 여부는 국회 환노위에 계류된 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여도 경제 충격이 적도록 후속대책을 내놔야 하고, 최저임금이 올라간 대신 영세사업주를 보조해주는 1년짜리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시행할지 정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줄줄이 결정되는 향후 두세 달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 3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인정 같은 노사관계 문제에는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지난 3월 전국공무원노조가 규약을 바꿔 9년 만에 합법화되긴 했지만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근본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정부가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도 갈 길이 멀다.
노동계의 해묵은 요구들을 잘 관리하고 실현하는 것도 숙제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한국지엠과 조선업계 등에서 구조조정을 용인해 산업문제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희생만을 강요했다”고 규탄하며 9일부터 위원장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날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개별 정책들은 비교적 잘 추진했는데 집단적 노사관계 문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진척이 더뎠다”고 말했다.
떠넘기기 바빴던 대입제도 개편…의지만 앞선 백년대계, 큰 그림 없이 후퇴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ㆍ교육 정책
“대한민국 교육을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교육공약을 발표하며 했던 말이다. ‘공교육을 세우고 교육비 부담은 줄이고’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사교육과 대학입시 경쟁을 잡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1년 동안 교육개혁의 기초를 다졌는지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중요한 정책을 발표했다가 반발에 밀려 의견수렴 절차로 되돌아가는 일이 잦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노동존중’이나 ‘복지확대’ 같은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는다. 잇달아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은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발을 일단 피해가려는 행보로 읽힌다. 한국갤럽의 5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장 낮은 정책분야도 교육(30%)이었다. 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83%)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입제도 개편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범위를 발표한다 했다가 20여일 만에 결정을 1년 미룬다고 하더니, 그마저도 8개월 지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겼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몇몇 대학에 정시를 늘려달라고 요청해 수시 확대 기조를 흔든 것도 마찬가지다. 최선의 방안을 내놓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듣고 다듬어 확정하는 절차를 차근차근 밟지 않은 까닭에 계속 현장의 혼선을 불렀다.
조기 영어교육 과열을 막겠다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도 한 달 만에 전면 보류됐다. 이런 혼선을 감내하고서라도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의 큰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행보에 교육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는 “정책에 일부가 반발할 때 설득하며 정면승부하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특히 대입제도 개편을 유예함으로써 아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하게 됐다며 “교육개혁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으므로, 대통령이 나서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의 김상곤 부총리처럼 노무현 정부 임기 초 교육개혁을 이끌었던 윤덕홍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젠다를 세우고 세부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지난 1년간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치매국가책임제 등 적극적 복지 챙기기…당국, 재원 뒷받침할 증세 논의는 소극적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ㆍ복지 정책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1년간 ‘나라다운 나라’에 얼마나 가까이 갔을까. 복지정책만 놓고 보면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증세’를 논의하지 않고 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복지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기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을 발표했다. 5년간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60%대 초반인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서울시내 대형병원에서 직접 발표하는 이벤트로 의지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당장 올해 1월부터 선택진료비가 폐지됐고, 지난달에는 상복부 초음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오는 7월에는 2~3인실 병실 입원료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고, 12월에는 하복부 초음파 건보적용도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치매국가책임제’도 적극 챙겼다. 문 대통령은 중증 치매환자인 장모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 치매 환자 가족이기도 하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47곳에서만 운영됐던 치매지원센터는 전국 256곳의 ‘치매안심센터’로 확충됐다. 정식 개소한 곳은 기존의 센터를 포함해 아직 60곳뿐이지만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상담과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몇 달 만에 5배 이상 늘어났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아동수당도 오는 9월부터 첫발을 떼고 기초노령연금도 인상된다.
문제는 재정이다. 특히 문재인케어는 발표와 동시에 재원 문제가 지적됐다. 현 정부 임기 동안에는 건강보험공단의 흑자액 등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보공단이 쌓아둔 흑자 21조원 중에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보험요율을 올려 나머지 재원을 충당한다고 했지만, 정작 올해 건보료 인상율은 2.04%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의 재원조달 방식과 차이가 없는 ‘증세 없는 복지2’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증세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사회보험료도 통상적인 인상폭을 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이제는 이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율을 잃을까 걱정하기보다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진짜 ‘나라다운 나라 프로젝트’를 제안한다면 더 큰 지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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