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환경부, 강은 국토부···‘물관리일원화’ 결국 반쪽 출발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8.06.05 10:40:00 수정 : 2018.06.05 21:19:27

‘반쪽’ 논란이 일었던 물관리일원화가 이달부터 시행된다. 4대강 재자연화의 핵심인 하천 관리 기능은 국토교통부에 남아있어 ‘기형적’ 통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환경부·국토교통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물관리기본법, 물관리기술산업법 등 물관리일원화 관련 3법을 심의·의결해 6월 중 공포·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5일 정부·여당 합동으로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물관리일원화가 일단락됐다.

‘개발에서 생태로’ 틀 전환

이로써 수자원 개발에 치우쳤던 물 관리를 수질과 생태계 보전 중심으로 전환시킬 틀이 만들어졌다. 이전까지 수자원 이용에서 수량은 국토교통부, 수질은 환경부가 맡아서 관리했다. 앞으로는 수량, 수질, 재해예방 등 대부분의 물 관리 기능을 환경부가 맡는다.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는 인력은 188명(본부 36명, 소속기관 152명), 예산은 약 6000억원이다. 환경부는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에서 수자원 정책·개발, 수자원산업육성, 친수구역 조성, 홍수 통제·예보 및 수문 조사 등의 기능을 넘겨받아 수자원정책국(3과)을 설치한다. 직원 4856명에 예산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감독도 환경부가 맡는다.

국가물관리종합계획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지고 환경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유역물관리위원회’도 설치해 수자원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댐 등 대규모 수자원 개발 중심에서 수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쪽 일원화’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물 관리’는 환경부가 하지만 ‘강 관리’는 여전히 국토부가 맡기 때문이다. 하천 공사와 시설관리를 하는 하천계획과는 국토부에 남는다. 관련 예산 1조2000억원도 국토부 소관으로 남겨졌다.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유량 관리를 담당하는 4대강 홍수통제소는 환경부로 통합되지만,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맡아 하는 시설관리 업무도 국토부가 계속 하게 된다.

4대강 수문 열쇠는 국토부에

물관리일원화를 환경단체들이 요구해온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이 산업화 시기의 국토개발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문제 등 새로운 시대의 이슈에 걸맞게 전환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물관리일원화 틀을 갖추는 성과로 이어졌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반기면서도, 하천관리를 국토부에 남겨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초 물관리일원화의 근거로 제시된 예산 중복에 따른 비효율도 해소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4대강 관리에서 국토부의 권한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천관리 기능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이다. 환경부는 보의 수문을 열어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국토부 하천관리 부서를 통해서 지하수위나 유지관리사항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환경부가 수문을 열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 1년간 수문을 ‘찔끔 개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었다. 보의 수문 조작, 유지·보수 등 단순기능은 여전히 국토부에 남는다. 다만 물을 흘려보내는 수량운용결정은 환경부가 담당한다.

지난달 18일 여야가 물관리 3법에 합의했을 때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건설과 토목이 중심인 국토부에 하천관리를 계속 맡기는 것은 본질을 완전히 왜곡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3법에 대해 “누더기가 된 물관리 3법이지만 이렇게라도 통과된 것은 20년간 지난한 공론화 과정을 이끌어온 시민사회의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고 반기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중 4대강 재자연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국토부도 적극 협조하고, 지금처럼 방치하거나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