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건강보험 피부양자 2000만명 중 35만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그 혜택을 받으라는 취지다. 현재 피부양자 중 과세소득 합산기준 연소득이 3400만원(필요경비율 90% 고려시 3억4000만원) 이상 이거나 재산이 과표 5억4000만원(시가 약 12억원) 이상이면서 연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고액 재산가들은 다음달부터 피부양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사람들에게는 내일부터 안내문이 발송된다.
보건복지부는 20일 “다음달 1일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의 기준(부과체계)이 개편되어, 7월25일부터 고지되는 7월분 건강보험료부터 변경 보험료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에 따라 지역가입자 약 589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 평균 2만2000원(21%) 줄어들고, 고소득 피부양자, 상위 1% 직장인 등 84만 세대는 보험료를 새로 납부하거나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 개편은 지난해 1월23일 정부의 개편안 발표 후 국회에서의 논의를 거쳤고 같은 해 3월30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확정됐다.
기존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은 2000년 직장-지역 간 건강보험제도를 통합할 때 만들어졌다. 지역가입자에 대해 성별·나이 등으로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매기거나, 자동차 등에도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직장인이 월급 외에 고액의 이자·임대소득이 있거나, 피부양자가 연소득이 1억2000만원인 고소득자인 경우에도 보험료를 별도로 납부하지 않는 등 불합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소득 수준에 맞는 공평한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바꾸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자동차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소득 보험료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나 상위 1% 직장가입자 등은 적정한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필요경비(90%)를 제외한 연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게는 월 1만3100원의 ‘최저보험료’가 적용된다. 또 보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던 건강보험료가 크게 인하돼 지역가입자의 78%에 해당하는 593만 세대의 보험료는 현재보다 월평균 2만2000원 줄어든다. 반면 소득과 재산이 상위 2∼3%인 지역가입자 32만 세대와 월급 외 고액의 이자·임대 소득을 얻는 직장가입자 13만 세대의 건강보험료는 오른다.
다음달 부과체계 개편은 ‘1단계’이다. 2단계는 2022년 7월부터 적용된다. 2단계에서는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이 확대되고,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비중은 더 높아진다.
다음달부터 연소득 100만원 이하(필요경비율 90%를 고려하면 총수입 연 10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451만 세대에 최저보험료가 일괄 적용된다. 그동안 연소득 500만원 이하 가입자에게 부과되던 평가소득(성·연령·소득·재산을 통해 생활 수준을 대략 추정) 보험료 항목은 없어진다.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이 아닌 지역가입자는 종합과세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재산 보험료는 과세표준액에서 500만∼1200만원을 공제한 뒤 부과된다. 349만세대(재산 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의 58%)의 재산 보험료가 평균 4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기량 1600cc 이하의 소형차, 9년 이상 사용한 자동차, 생계형으로 볼 수 있는 승합·화물·특수자동차는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대형 승용차(3000cc 이하)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30% 감액한다. 이런 조치로 288만 세대(자동차를 보유한 지역가입자의 98%)의 자동차 보험료는 평균 55% 인하된다.
지역가입자 중 연소득이 3860만원(필요경비율 90%를 고려하면 총수입 연 3억8600만원)을 넘는 상위 2% 소득보유자와 재산과표가 5억9700만원(시가 약 12억원)이 넘는 상위 3% 재산보유자 등 32만 세대의 보험료는 소득등급표 조정으로 인상된다. 월급 이외에 이자소득·배당소득, 임대소득 등을 합산한 종합과세소득이 연 3400만원이 넘는 직장가입자 13만 세대(직장가입자의 0.8%)도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피부양자 인정 범위도 축소된다.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이 연간 3400만원을 넘거나 재산이 과표 5억4000만원을 넘는 경우, 직장가입자의 형제나 자매 신분으로 피부양자가 된 경우 등 30만 피부양 세대(35만명)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2011년 이후 월 243만7000원으로 묶여있던 직장가입자의 월 보수·소득 보험료 상한선도 309만7000원으로 인상돼 고소득 직장인의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가입자의 월 보험료 상한선도 232만4000원에서 309만7000원으로 인상된다.
복지부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소득 폐지로 보험료가 오른 경우에는 인상분 전액을 감면해주고,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보험료의 30%를 할인해준다.
■ 복지부의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 10문10답’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현금영수증 발급도 의무화되는 등 소득파악률이 높아졌는데, 지역가입자도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간 소득 파악률이 개선되어,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직장인의 월급과 자영업자의 소득에 대해 똑같은 잣대로 보험료를 부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73%는 연소득이 500만원(월 42만원) 이하로 정확한 소득 확인에 한계가 있고, 지역가입자의 사업소득은 필요경비(평균 85%, 최대 90% 이상)를 공제한 후 소득이 부과대상인 차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반기부터 관계부처, 전문가로 구성되는 ‘부과제도개선위원회’에서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며, 2022년 6월 건강보험료 기준 2단계 개편시에는 소득파악률 개선상황을 반영하여,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더욱 낮춰나갈 예정입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를 인하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산에 따른 보험료 부담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닌지?
“1단계 개편시 ‘재산 공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산보험료를 내던 지역가입자(607만 세대) 중 59%(339만 세대)의 보험료가 약 40% 낮아집니다. 또한 이 중 191만 세대(재산보험료 내던 세대의 31%)는 재산보험료가 0원이 되어, 소득보험료 등만 내게 됩니다. 재산에 대한 보험료 인하는 소득파악률의 개선과 함께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소득은 있으나 파악이 안 되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소득 10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에게는 새로 도입되는 최저보험료 1만3100원도 부담되는 수준이 아닌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질병 발생의 위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사회 구성원이 부담능력에 따라 기여하도록 한 것이므로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부담은 필요할 것입니다.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거나, 정부예산으로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차상위계층이 될 수 있으므로, 사회보험제도의 취지, 직장-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 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최저보험료 수준이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최저보험료 1만3100원은 연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저소득 지역가입자가 납부하고 있는 평가소득 보험료의 절반 수준으로 대부분의 경우 보험료가 낮아집니다.”
-‘유리지갑’인 직장가입자는 부담이 늘고 지역가입자는 대부분 보험료가 낮아지는데, 지역가입자에 대한 혜택 몰아주기가 아닌지?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은 세대별 부담능력에 맞는 보험료 부과를 통해 형평성을 개선한다는 원칙 하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은 실제 소득에 맞는 보험료를 부과(평가소득 보험료 폐지)하는 동시에, 그 간 소득파악률 개선 추이를 고려하여 재산·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고, 충분한 부담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에 맞게 보험료 부담을 하도록 기준을 개편합니다. 지역가입자 중에서도 소득이 상위 2%, 재산이 상위 3% 이내인 경우(39만 세대)에는 보험료가 인상됩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소득자(15만 세대) 외에 99%는 보험료 변화가 없으며, 보험료가 인상되는 1% 직장인은 월급 외에 임대·금융소득 등이 연 3400만원(월 283만원 수준)을 초과하거나, 연봉이 9억4000만원(월급 781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실직하는 경우 소득은 줄지만 건강보험료는 올라간다는데, 건강보험료 기준이 개편되면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는지?
“현재 직장가입자는 총 월급의 6.24%에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그중 절반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어, 퇴직 후 보험료 총액은 오르지 않더라도 본인이 체감하는 보험료가 오르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됨에 따라 자동차, 재산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부과되어 실제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기준이 개편되면 자동차,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대부분의 퇴직자가 지역가입자로서 납부하던 보험료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단계 개편시에는 자동차, 재산 보험료가 더 큰 폭으로 낮아지므로 퇴직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더욱 줄어듭니다. 또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하는 경우 퇴직 후 3년 동안은 직장에서 근로자 몫으로 부담하던 보험료만 내도록 하는 ‘임의계속가입제도’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퇴직 당시 소유하고 있던 자동차나 재산 가치가 높다면 직장에서 퇴직 후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까지 이 제도를 통해 한시적으로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장가입자의 상한선이 월 보험료 309만7000원 수준으로 올라가는데,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상한선은 직장가입자 평균 월급(평균 보수월액)의 30배를 기준으로 정해왔습니다. 올해 6월까지는 ‘10년 평균 월급의 30배 수준인 7810만원(연봉 9.4억원 수준)을 기준으로 월 보험료 상한액 243만7000원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번에 보험료 상한선을 조정할 때에도 기존과 동일한 원칙 하에, 2016년 평균 월급의 30배 수준인 9925만원(연봉 11.9억원 수준)을 반영하여 기준을 정하였습니다. 기존의 상한선 기준이 7년간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큰 폭의 상한선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간 보험료 상한선 기준이 되는 금액 자체가 법령에 명시되어 있어 상한액을 조정할 때마다 매번 법령을 개정해야 하고, 그 주기가 길어 보험료 상한이 크게 바뀌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보험료 상한액이 전전(前前)년도 평균보험료의 30배에 연동되도록 규정을 바꾸어, 매번 별도로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경제 성장 등 여건 변화를 자동 반영할 수 있게 됩니다.”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조금만 발생해도 보험료를 내는데,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소득이 연간 3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 불공평하지 않은지?
“기존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은 2000년 직장-지역 의료보험이 통합되던 당시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해왔습니다. 이 기준은 직장 조합(145개)에서는 월 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지역 조합(227개)에서는 조합원의 소득 외에도 재산, 자동차에 대해 보험료를 매기던 방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직장가입자는 월급이 100% 노출되나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낮다는 당시의 환경과 사회적 인식 하에 설계된 기준입니다. 2012년에 직장가입자의 보수(월급) 외 소득이 연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기준이 최초로 마련되었으며, 이번에 시행되는 건강보험료 1단계 개편에서는 보수 외 소득 보험료 부과 기준을 3400만원으로 강화하여, 기존의 절반 이하로 기준을 대폭 개선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수 외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직장가입자는 전체 1689만 세대 중 4만 세대(0.2%)에서 14만 세대(0.8%)로 10만 세대가 증가하게 됩니다. 2단계 개편시에는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추가 개선할 계획입니다.”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느정도의 소득·재산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피부양자로 유지가 가능한데, 왜 기준을 대폭 강화할 수 없는지?
“우리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기준이 다소 느슨하여 다른 선진국에 비해 피부양자 수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짧은 기간에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피부양자 기준을 폭넓게 적용한 측면이 있고, 가족부양의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한 점도 있습니다.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 하에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되,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기준과 규모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에는 소득에 대한 보험료 외에 재산·자동차 보험료까지 일시에 증가하므로, 재산·자동차 보험료 부담을 완화시키는 기준 개편과 연계하여 피부양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번에 실시하는 개편 1단계에서는 연소득 3400만원, 재산 과표 5억4000만원을 초과하는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회, 전문가, 시민단체 등에서 합의해주신 바 있습니다. 2단계 개편시에는 연소득 2000만원, 재산 과표 3억6000만원으로 기준이 더욱 강화될 예정입니다.”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조치가 아닌지?
“과거 의료보험에서 1982년 피부양자 기준이 도입될 때에는 직장가입자의 직계 존비속 중심으로 피부양자를 인정하였으나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 과정에서, 건강보험 적용 인구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의 일환으로 1988년 형제·자매까지 인정 범위를 확대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 관념 및 부양인식 변화 등으로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는 직장가입자와 별도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한다는 피부양자의 요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또 우리리나라의 경우 직장가입자 1명에 등록되어 있는 평균 피부양자 수가 1.2명(2017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수준이고, 외국에서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외에 형제·자매를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다만,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 65세 이상, 30세 미만, 장애인 등의 경우에는 형제·자매라 하더라도 소득·재산 기준을 만족하면 피부양자 유지가 가능하도록 하여, 노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재원을 5년 간 30.6조원 투입하기로 했는데,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으로 보험료 수입이 더 줄어들면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가 없나요?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시에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가 낮아져, 올해에만 약 3539억원의 보험료 수입 감소가 예상됩니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시 약 8493억원 수준입니다.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안은 건강보험 재정 여건을 고려하여 마련되었고, 지난해 3월에 개편안이 국회에서 확정된 이후 이미 건강보험 재정 추계에 반영되어 왔습니다. 보장성 강화대책 검토시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에 따른 재정요인은 이미 고려되었던 사항으로, 이번 기준 개편에 따라 새로운 영향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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