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수의 복지앓이]보조교사 6000명 증원...어린이집 선생님도 편하게 점심 먹을 수 있을까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입력 : 2018.06.21 15:14:01 수정 : 2018.06.21 15:44:23

지난 4월17일 전북 전주 시립양묘장 생태체험장을 찾은 어린이집 원아들이 교사와 함께 들꽃을 관찰하고 있다. 박용근 기자

보건복지부는 21일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100억원을 들여 전국 어린이집에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국비 지원 중인 2만8748명에 시·도 지원을 받아 채용했거나 어린이집들이 자체 고용한 보조교사 3608명을 합치면 올해 하반기에는 총 3만8356명의 보조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일하게 된다.

복지부가 부랴부랴 보조교사 증원에 나선 것은 다음달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도 8시간을 근무하면 중간에 1시간을 반드시 쉬어야 한다. 그동안 어린이집은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보통의 직장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고 가정할 때 중간에 점심시간으로 1시간을 쉰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이 될 수 없다. 어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는 것은 가장 고된 일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은 교사에게 별도의 휴게시간을 주지 않는 대신 수당을 주거나, 퇴근을 한 시간 앞당기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특례업종은 노사가 협의를 하면 휴게시간을 변경해 운영할 수 있다. 지난 3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어린이집은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을 반드시 쉬어야 한다. 수당으로 휴게시간을 대체하거나 업무시작 전후에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휴게시간을 20~30분 단위로 나눠서 줄 수는 있다.

복지부는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교사를 늘리는 것과 함께, 영유아 낮잠 시간의 교사-아동비율을 완화했다. 만 1세반은 교사 1명당 아동이 최대 5명으로 돼있지만 낮잠 시간에는 2개반을 통합해 교사 1명이 돌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재 보조교사는 담임교사 ‘보조’ 업무만 하게 돼 있지만 앞으로는 휴게시간에 한해 보조교사가 단독으로 영유아를 보육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복지부 김유미 공공보육팀장은 “근무시간이 4시간인 점을 제외하면 보조교사도 국가자격증 소지자이고 경력, 자격 등 보육서비스 전문성은 보육교사와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통해 보육교사들이 곧바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6000명 증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어린이집들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1만명 이상의 증원을 요구했지만 정부 예산에 맞춰 6000명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예결위 논의과정에서 그렇게 됐다”고 인정하며 “추가경정 예산으로 채용가능한 최대치가 6000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유호영 과장은 “휴게시간이라 해도 교사 1명이 10명 이상의 아이들을 돌보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원아들도 담임교사가 아닌 낯선 보조교사에게 적응하기 힘들고, 보조교사 역시 아이들을 파악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