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젠더와 삶

여성 노동자 ‘고임금’ 비중은 15% 수준서 십 년째 제자리…학력 높을수록 여성 간 임금격차도 뚜렷

성별 임금격차가 전반적으로 좁혀지고 있지만 고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은 10년째 늘지 않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여성들이 이전보다 많이 일하면서 임금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는 하지만, 고학력일 수록 경력 단절 영향이 커 여성들 간 임금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별 임금격차 변화와 여성 내 임금불평등 경향’ 자료를 내놓았다. 2012년 이후 성별 임금격차는 꾸준히 좁혀지는 추세다. 2004년 이후 성별 임금격차(월급 기준)는 줄곧 35%를 웃돌다가 2010년 37.9%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해 2017년 30.7%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 영향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영향”이라며 “이같은 경향이 지속된다면 성별 임금격차는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히 높다. 임금 수준을 저임금(시간당 임금 중위값의 2/3 미만)·중저임금(중위값 2/3 이상부터 중위값 미만)·중고임금(중위값 이상 3/2 미만)·고임금(중위값의 3/2 이상)으로 나눠 살펴 보면, 여성은 60% 이상이 중저임금 이하에 몰려있는 것과 반대로 남성은 중고임금에 60% 이상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006년 19.0% 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7년 13.6%를 기록했다. 중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2017년 23.7%로 나타났다.

여성도 저임금 노동자가 줄고 중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다다. 2010년까지 40%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계속 낮아지면서 지난해 31.2%를 기록했다. 중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계속 높아져 지난해 36.6%를 기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문제는 여성 노동자 가운데 중고임금·고임금을 받는 사람 비중은 뚜렷이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당 중위임금의 1.5배 이상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 비율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5%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남성 고임금 노동자 비율은 36%를 웃도는 수준이다.

여성 집단 내에서의 임금 격차를 살펴 보면, 중하위 임금을 받는 사람들 간 불평등은 빠르게 개선되는 반면, 중상위 임금을 받는 사람들 간에서는 불평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 집단에서는 여성들 간 임금불평등이 오히려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집단 내에서의 소득 불평등을 보여 주는 분위배율 추세로 살펴보면, 고졸 이하 여성들 간 임금격차는 매년 줄어드는 반면,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들 간 임금불평등은 계속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다. 대졸 이상 여성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9분위)과 중간정도를 받는 사람(5분위)의 소득을 비교하면 10년째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학력 여성들은 출산 등으로 한 번 경력이 단절되면 그 이후에 이전 수준 임금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고학력 집단 여성 간의 중상위 임금 불평등이 여전하고, 중고임금·고임금 비중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우리사회에 경력단절과 유리천장 등 근본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