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이 조직적으로 숨기려 한 성추행 사건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10년만에 물 위로 떠올랐고, 공소시효를 몇 달 안 남긴 가해 교수는 마침내 수사를 받게 됐다.
지방 국립대 교수 ㄱ씨는 전임강사이던 2007년 10월부터 약 1년 간 대학원생 ㄴ씨를 집요하게 성추행했다. ㄴ씨가 주임교수를 통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렸으나 단과대학장은 성폭력상담소나 관련 위원회에 알리지 않았다. 징계는커녕, 대학원 부원장 두 명은 ㄱ교수에 대한 ‘자율징계 확약서’를 만들어와서는 ㄴ씨에게 서명하라며 들이밀었다. 이들이 제시한 합의서에는 ‘해당 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들어 있었다.
성비위는 중징계 사유이지만 ㄱ교수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2016년 한 해 동안 이 대학 성폭력상담소장을 맡기도 했다. 올해 3월1일까지는 인권센터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미투운동’ 때문이었다. 대구여성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여성연합의 미투 관련 행사에서 이 사건이 드러났다. 대구경북여성연합은 4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 재조사와 관련자 징계를 학교에 요구했다.
미투운동 이후 발족한 정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이 조사에 들어갔다. 실태조사를 해보니 ㄱ교수의 성추행과 학교 측의 조직적인 은폐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ㄱ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강제추행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교수들도 중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당시 2년이던 징계시효가 이미 지나버려서 ‘경고’만 하기로 했다. 교원의 성희롱·성폭력 범죄 징계시효는 올해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이 개정돼 10년으로 늘어났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교육부총리는 “피해 학생이 10년 동안 겪었을 심적 고통에 대해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학 성비위 징계위원회의 여성위원 참여를 의무화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권력형 성비위의 경우 학생위원이 참여하게 하는 등 계속해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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