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9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ㆍ4대강 보 10곳 개방 1년 만에 녹조는 확 줄고 모래톱 생겨나
ㆍ정부 “수질 생태계 회복 확인” 금강·영산강 보 운명 연내 결정
ㆍ하반기 낙동강·한강 추가 개방
수문을 열었더니 강은 어김없이 옛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녹조가 줄고 모래톱이 다시 생겼다.
정부는 29일 통합물관리상황반 회의 직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부터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에 설치된 보 10개를 개방해 수질과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한 결과 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 금강과 영산강에 대해서는 올해 안으로 보 처리 계획을 내놓는다. 아울러 물 이용 문제 때문에 아직 수문을 제대로 열지 못한 낙동강과 한강은 대책을 마련해 하반기 중 보 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4대강 보 개방 후 1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물 흐름이 회복돼 조류 농도가 낮아지고 동식물 서식 환경이 개선됐다”며 “4대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와 공주보는 조류(클로로필a) 농도가 개방 전보다 최대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강 승촌보도 지난 4월 완전 개방 이후 조류농도가 전보다 37% 떨어졌다.
금강 세종보 양화취수장 상류 모래톱에서 주위를 살피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243호 흰꼬리수리. 환경부 제공
물 흐름도 원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 체류기간은 각 보에서 29~77% 짧아졌고, 유속은 27%에서 431%까지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2년까지 16개 보를 세운 4대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나빠지는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보를 아예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10개 보 수문을 열어 수질과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해 왔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6개 보를 ‘양수제약수위’까지 개방했고, 11월에는 금강과 영산강, 낙동강 하류의 7개 보를 ‘최대가능수위’까지 개방했다. 올 3월에는 낙동강 상주보를 ‘취수제약수위’까지 일시 개방한 바 있다. 물 이용 문제를 해결하고 보를 적정 수준까지 더 열면 물 흐름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였던 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무너진 생태계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 실장은 “완전히 개방된 세종보와 승촌보에서 여울과 하중도(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생기는 섬)가 생성되고, (동식물이 서식하는) 개방 공간도 넓어졌다”고 밝혔다. 세종보에서는 모래톱이 이전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승촌보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 개체수가 늘었고 세종보 상류에서는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보 개방을 최대한 늘릴 예정이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승촌보, 죽산보는 수문을 계속 최대한 열어둔 상태지만 낙동강의 강정 고령보, 달성보, 합천 창녕보, 창녕 함안보는 아직 소폭으로만 개방하고 있다. 근처에 양수장·취수장이 있어 보를 열면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강의 백제보와 낙동강 상주보는 물 이용 문제로 개방을 중단한 상태다.
보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년에 최종 결정한다. 지난 5월 국회에서 물관리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수질과 수량, 4대강 보 운영 업무까지 전부 총괄하게 된 환경부가 다음달 중 전문가 집단으로 ‘4대강조사평가단(평가단)’을 꾸린다. 평가단은 금강과 영산강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보 처리 방안을 내놓는다. 한강과 낙동강은 하반기에 개방을 확대하면서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다. 평가단이 내놓은 계획은 공론화를 거쳐 내년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지난 1년간 4대강 문제를 총괄해온 통합물관리상황반은 이날로 활동을 마쳤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 발표 뒤 성명을 내고 “4대강의 자연성 회복과 복원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식수원인 한강과 낙동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수문 개방 확대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보 처리 계획안을 4대강조사평가단 수준에서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아직 구성도 되지 않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모든 결정 권한을 넘기는 것에는 우려가 따른다”면서 “대통령 산하에 4대강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4대강 보 설치 이후 수중생물 건강 나빠졌다····환경부·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발표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에 보를 설치한 이후 수중생태계의 건강성이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15개의 보가 설치된 4대강 수계 2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과 비교한 결과 건강성 평가 등급이 어류의 경우 5개 보,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이하 저서동물)은 10개 보, 부착돌말류는 4개 보에서 하락했다고 29일 밝혔다.
과학원 연구진은 22곳의 어류, 저서동물, 부착돌말류 등 3개 항목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2008∼2009년)과 후(2013∼2016년)로 비교 분석해 ‘매우 좋음’(A)부터 ‘매우 나쁨’(E)까지 5등급을 매겨 평가했다.
15개 보는 한강 3개(강천보·여주보·이포보), 낙동강 7개(상주보·낙단보·구미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금강 3개(세종보·공주보·백제보), 영산강 2개(승촌보·죽산보)다.
15개의 보 설치 전후 어류의 건강성을 비교한 결과 이포보, 낙단보, 강정고령보, 세종보, 공주보 등 5개 보에서 건강성 등급이 하락했다. 한강 2개, 낙동강 5개, 금강 1개, 영산강 2개 등 나머지 10개의 보는 건강성 등급이 같았다.
15개의 보 설치 전후 어류의 평균 종수는 낙단보, 강정고령보, 합천창녕보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보에서 최소 1종에서 최대 9종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 설치 후에는 달성보, 공주보, 승촌보, 죽산보 등에서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나 블루길이, 세종보에서는 정수성 어종(물의 흐름이 없는 환경을 선호하는 종)인 모래무지가 군집을 대표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포보에서는 보 설치 전 출현했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꾸구리, 낙단보에서는 Ⅰ급 흰수마자, 구미보에서는 흰수마자를 비롯해 Ⅱ급 백조어가 보 설치 이후 발견되지 않았다.
저서동물은 한강 3개, 낙동강 4개, 금강 2개, 영산강 1개 등 10개의 보에서 등급이 하락했다. 달성보와 공주보에서 등급이 개선됐고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승촌보 3개의 보는 등급이 같았다. 15개의 보 설치 전후 저서동물의 종수와 개체밀도 모두 모든 보에서 감소했으며, 종수는 최소 2종에서 최대 24종, 개체밀도는 최소 18.6%에서 최대 97.7%까지 감소했다.
부착돌말류는 달성보, 창녕함안보, 공주보, 백제보 등 4개의 보에서 등급이 하락했다. 세종보에서는 등급이 개선됐고, 나머지 10개 보는 등급이 같았다.
15개의 보 설치 전후 부착돌말류의 개체밀도는 달성보, 세종보, 창녕함안보 등 8개 보에서 최소 2.6%에서 69.4%로 감소했으며, 나머지 7개 보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식 환경부 수생태보전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4대강 재자연화에 참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재관 과학원 물환경연구부장은 “하천 수생태계 보전과 관리를 위해 앞으로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비교 분석에서 보 공사 기간인 2010∼2012년은 제외됐으며, 낙동강의 경우 칠곡보는 2008∼2016년 조사를 지속한 곳이 없어 빠졌다. 보가 설치돼 생태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4대강 수계의 조사지점은 모두 52곳이지만, 보 설치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곳으로 22곳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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