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을 앞두고 국내 양대 제과점 업체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올해 말부터 매장에서 1회용품을 퇴출하기로 했다. 빵은 비닐봉투 대신 재활용 종이봉투에 담아주고,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제공한다.
환경부는 2일 환경운동연합 및 파리바게뜨·뚜레쥬르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협약을 맺고 두 업체가 전국 4600여개 매장에서 비닐쇼핑백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등 1회용품을 단계적으로 없애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품접객업’으로 분류되는 제과점은 마트나 편의점 등과 달리 비닐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매장 안에서 1회용 컵이나 식기류를 사용하는 것만 금지돼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제과점에서도 1회용 비닐쇼핑백을 무상제공할 수 없도록 법령을 손질할 계획이었다.
양대 제과점은 이번 협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비닐쇼핑백 퇴출에 나선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말까지 90% 이상, 뚜레쥬르는 내년 1월까지 80% 이상 비닐쇼핑백 사용량을 감축하고 그 이후부터는 매장에서 완전 퇴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생종이봉투 사용량을 늘리고 소비자들이 1회용 쇼핑백 사용을 스스로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양대 업체가 목표를 달성하면 연간 2억3000만장의 비닐쇼핑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비닐봉투를 만들 때 들어가는 온실가스도 1만925t 감축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매년 26t씩 쓰던 플라스틱도 무게 기준으로 30%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빨대가 필요없는 컵, 종이 빨대도 개발하고 있다. 카페와 제과점 등에서 널리 쓰이는 1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너무 작고 종류가 다양해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년 800만t이 바다에 버려져 바다거북 같은 해양생물의 몸 속에 박히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뚜레쥬르는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일회용 컵 디자인을 올해 하반기부터 변경하고, ‘비닐쇼핑백 없는 날’을 운영하며 장바구니 증정 행사도 진행한다.
비닐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각지대’는 이밖에도 많다.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포장용 속비닐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 4월 국내 대형마트 사업자 5곳과 생선이나 채소를 담을 때 쓰는 포장용 속비닐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협약을 맺었지만 ‘묶음판매’를 위해 비닐포장을 이중으로 한 상품이 너무 많고, 속비닐도 여전히 제공되고 있다. 택배 포장에도 비닐이 과도하게 쓰이고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 스티로폼을 사용하는 경우 역시 많다.
한국인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벨기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비닐 봉지사용량은 420개로 독일(70개)의 6배, 핀란드(4개)의 105배에 달했다. 전체 비닐봉지 사용량은 2003년 125억개에서 2015년 216억개로 대폭 늘어났다.
선진국들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해양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나이프·포크·숟가락 등 주요 1회용품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음식 포장에 쓰이는 1회용 용기도 무상제공을 금지하거나 대체용품을 개발하는 등 사용량을 대폭 줄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6년부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뉴욕주도 내년부터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유엔도 각국 정부에 1회용 비닐봉지나 음식 용기를 금지하거나 세금을 물리라고 최근 권고했다.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감축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들도 많다. 맥도날드는 올해 안에 영국과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세계 모든 매장과 레스토랑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 매년 플라스틱병 1200억개를 사용하는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용기를 수거해 100%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용기를 만들 때 재활용 물질을 평균 50%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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