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모처럼 자연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야.” 고사리손을 잡고 동물축제에 가는 수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들은 정말 동물축제에서 동물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고유한 특징을 갖는지 알 수 있을까.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 연구팀이 2013-2015년 전국 86개 동물축제를 분석한 결과를 보니 ‘교육’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대다수 동물축제의 최종 목적은 ‘먹기’였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맨손잡기와 같은 동물 체험이다.
생명다양성재단 제공
동물이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 무려 84%에 달했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동물이 받을 수 있는 피해, 동물 수입 경로, 축제 규모, 축제 이후 동물의 거취 등을 두루 살펴본 결과다. 동물에 해를 가하지 않는 활동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고통 인지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척추동물인 어류를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맨손으로 포획하는 활동, 살아있는 동물을 낚시 등의 방식으로 잡는 활동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과 김한민 시셰퍼드 활동가 형제는 동물축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들은 울산에서 고래축래가 열리는 오는 7일‘맞불축제’격인 ‘제1회 동물의 사육제: 동물축제 반대축제’를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열기로 했다. 축제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런 축제라면 하지 마라. 얼마든지 다르게 축제를 열 수 있다.”
김 사무국장은 동물축제가 교육적이라는 인식을 경계했다. 그는 “아이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데리고 갔다가 생명 경시의 현장을 여과없이 보여주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동물체험을 두고 “마치 나무를 도끼로 찍으면서 나무를 이해한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나무를 그런식으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동물이든 다른 동물이 자신을 만지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표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이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영동지방에 사는 산천어는 영서지방인 산천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수십만 마리의 산천어들이 자연 상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빽빽한 공간 안에 들어가있는 것도 문제다. 결국 사람의 손에, 뾰족한 낚시대에 치이며 고통받다 죽음을 맞이한다.
올 봄 함평 나비축제에서는 나비만큼이나 미꾸라지 맨손잡기와 새끼 멧돼지 잡기가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축제장에서 나비를 밖으로 날리는 시점은 4월 말이나 5월 초인데, 나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엔 기온이 너무 낮은 시기라고 김 사무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축제 날짜는 가정의 달에 속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맞춰져 있고 나비의 생태적 조건은 철저히 무시됐다”고 했다.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축제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다. 김 사무국장은 “아이들과 함께 해당 지역이 갖고 있는 자연적 조건을 살펴보고,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직접 관찰하거나 흔적을 관찰해 관찰일기를 써보게 하는 방법도 있다. 생태학, 진화생물학, 유전학, 문화사회학적으로 접근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동물의 사육제’에서는 직접 동물로 변장해 각 동물의 행복과 불행을 느껴보는 프로그램과 연극·음악공연을 만날 수 있다. 연사 7명이 무대에 올라 동물축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다. 축제에 앞서 울산고래축제가 시작되는 5일, ‘동물의 사육제’ 준비팀은 직접 울산에 내려가 “고래 보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축제를 개편해 인식 개선에 앞장설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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