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식약처 점검 결과 ‘발사르탄’ 안 쓴 104개는 판매 재개
ㆍ병원에 환자들 문의전화 빗발…식약처 홈피 한때 마비
국내 시판 중인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에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된 중국 제약회사의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사르탄을 원료로 썼을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을 점검한 결과, 54개 업체에서 만든 115개 품목에 이 원료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판매·제조를 중단시켰으며 곧 회수절차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판매중단 대상인 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들은 처방받은 의료기관을 찾아 다른 치료제로 재처방·조제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약국에서 의약품 교환(대체조제)을 받을 수 있지만 처방일수는 기존 처방의 잔여기간만큼만 가능하다. 기존 처방을 받은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재처방·조제·교환을 받을 때는 1회에 한해 환자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앞서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중국 제약회사 저장화하이가 만든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검출돼 회수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한 물질이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고혈압 치료제는 발사르탄, 로잘탄, 에프로사탄 등의 원료를 함유한 제품 총 2690개 품목에 이른다. 그중 발사르탄 성분이 들어간 것은 571개이고, 그 가운데 82개사의 219개가 저장화하이의 발사르탄을 원료로 쓰겠다며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EMA의 조치에 따라 지난 7일 219개 제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시키고 전체 점검에 들어갔다. 저장화하이의 발사르탄을 쓸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으나 2곳 이상의 제조사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104개 품목은 발사르탄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9일 판매·제조를 재개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환자들은 임의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신속히 의사와 상의해달라”고 밝혔지만, 약국과 병원이 문을 닫은 주말 동안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 사이에선 혼란이 일었다. 판매중단 제품 명단이 올라온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병원들에는 처방받은 고혈압 약을 먹어도 되는지 묻는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고, 일부 병원들은 처방약 중 판매중단 대상 품목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충분한 안내 없이 주말에 ‘잠정판매중단’ 발표부터 한 식약처의 조치가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발사르탄은 지난 3년간 국내에 약 48만4700㎏이 수입됐는데 저장화하이가 만든 것은 그 가운데 2.8%인 1만3770㎏이었다. 발암가능성분이 가져올 위험과, 당장 약 복용을 중단했을 때 환자들이 겪을 불편과 위험을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감만 자극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어서 즉각 대응 원칙 아래 선제적인 예방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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