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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8350원… ‘2020년 1만원’ 공약 사실상 무산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인상이 이뤄져 ‘인상’ 기조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은 실현이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9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월급기준 174만5150원, 월 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해, 공익위원 9명이 제시한 안과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5명이 제시안 안을 두고 표결해 최저임금이 결정했다.

노동계는 1차 수정안이자 최종안으로 전년 대비 15.3% 오른 8680원을 제시했다. 반면 공익위원들은 10.2% 오른 8298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위원들이 최근 산입범위가 확대되며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떨어졌다고 이의제기를 거듭하면서 공익위원들의 최종 제시안은 인상폭 0.7%를 더해 8350원으로 정해졌다. 표결 결과 8대 6으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최종안이 채택됐다.

이번 결정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사실상 무산됐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인상률이 2년간 연평균 15.3%씩은 돼야 한다. 노동자위원들의 최종제시안이 ‘15.3% 인상’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는 최근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면서 정부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는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결정을 코앞에 둔 지난 12일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는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결정된 뒤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부가 산입되면 10%에 턱걸이한 인상률로는 임금인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은 이날 최저임금 결정 후 입장을 내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조속한 실현과 산입범위 개악에 대한 보완을 애타게 기대해온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무산되자 올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경영계도 반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끝내 참여하지 않은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악화되는 고용 현실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며 “이번 결정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것이고 향후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해왔던 소상공인연합회는 “불과 2년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나 인력감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터뷰]“‘윈윈’ 어려운 구조···정부가 보완대책 내놔야”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

박용하·남지원 기자 yong14h@kyunghyang.com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이 브리핑 도중 보도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이 브리핑 도중 보도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최저임금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저임금이 내년에 10.9% 인상되는 것을 놓고 노동계는 “미흡하다”고, 자영업자들은 “도산할 판”이라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을들의 상생’을 꾀하려면 프랜차이즈와 원·하청 문제 등 임금 이외의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보완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류 위원장은 1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결정 이후 소상공인 정책을 강화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을 방문할 생각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좀 더 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부각된 소상공인과 저임금근로자의 대립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자영업자들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정책들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며 “임대료나 카드수수료 문제, 프랜차이즈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포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올부터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을 지원할 때 상한선을 높이는 등 추가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원·하청 구조 속에 분배 공정성이 악화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으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한국은 세계적으로 왜곡된 원·하청 구조를 갖고 있다. 공정위 등이 이 분야에 좀 더 집중해서 정책을 만들어달라는 뜻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해달라는 소상공인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류 위원장은 “같은 업종이라도 조건이 너무 다른 업체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숙박업 중에는 여인숙도 있고 특급호텔도 있는데, 초특급 호텔이 최저임금의 절반만 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데이터로는 정교하게 다룰 수가 없기 때문에, (차등적용을 받아들일 경우) 현장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노사가 정면대립하면서, 류 위원장은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일각에선 차등적용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친노동계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폭을 당초 공약보다 줄이기 위해 속도조절론을 거론하면서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류 위원장 스스로도 앞서 “정부 관계자들이 최저임금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굉장히 임박한 시점에 얘기하는 것은 압박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류 위원장은 차등적용 문제를 둘러싼 경영계의 비판에 대해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라며 “이 안건이 매년 나왔지만 찬성표를 던진 공익위원은 한 분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말할 생각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윈윈’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정부가 후속 정책을 통해 양자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절차의 정당성이 지켜졌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 이런 것이 쌓여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