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와 북한 금강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나란히 지정됐다. 환경부는 25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제30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순천시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한국 생물권보전지역은 기존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고창 등 6곳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지정된 순천 생물권보전지역은 총 938.4㎢로 시 전역에 해당한다.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순천만과 동천하구, 조계산 도립공원이 핵심구역이다. 주변 산림과 농경지·하천 등은 완충구역, 그외 농경지와 주민 거주지는 협력구역으로 지정됐다.
순천만 풍경. _ 환경부 제공
해안하구에 형성된 순천만은 거대한 갈대 군락이 펼쳐친 너른 갯벌로 유명하다. 오염원이 적어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220여종의 보호 조류가 발견됐다. 국제적으로 희귀한 새들의 월동지이자 서식지이다. 2006년 국내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으며, 세계 5대 연안습지로도 불린다. 갈대밭과 S자형 수로 등이 어우러진 생태경관을 인정받아 2008년 문화재청 명승 4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금강산도 북한의 5번째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북한에선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이 이미 지정돼 있다. 금강산 생물권보전지역은 총 2625.89㎢이며, 강원 고성군·금강군·통천군에 걸쳐 있다.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산림과 습지, 연안과 해양 지역을 망라한다. 동해 연안 습지는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오가는 철새의 이동경로에 속하며,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북한은 생물권보전지역 신청서에서 금강산을 중심으로 한 ‘원산-금강산 국제 관광지구’를 개발할 의향을 밝혔다. 북한 당국은 최근 원산-금강산지구에 속해있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을 지킬 가치가 있는 지역과 그 주변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보호지역이다. 엄격히 보호되는 핵심구역에서는 조사연구 활동만 할 수 있다. 핵심구역을 둘러싼 완충구역에선 환경교육이나 생태관광 등이 가능하다. 농업이나 주거지로 이용되는 바깥의 협력구역에서는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 순천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청년층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토론을 거쳐 생물권보전지역 관리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순천시는 로고를 개발하는 등 지역생산품의 가치를 높이는 브랜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12년 남한 단독으로 비무장지대(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하다 퇴짜를 맞았다. 최근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면서 DMZ의 평화적 활용과 생태 보존 수단으로 생물권보전지역 추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아직 북한과 공동 추진 논의는 하지 못하고 있고 철원 등 강원·경기권 지자체 5곳을 묶어서 남측 먼저 지정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분위기가 더 좋아지면 남북이 DMZ 전역의 지정을 추진할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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