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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일째 단식 중단한 쌍용차 김득중 “살아서 아픔없는 세상 위해 싸우겠다”

지난달 15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사측의 일방적 복직자 명단 통보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해고자 130명을 전원 복직시키는 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복직 인원과 시한을 못박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쌍용차지부 제공지난달 15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사측의 일방적 복직자 명단 통보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해고자 130명을 전원 복직시키는 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복직 인원과 시한을 못박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쌍용차지부 제공

2009년 정리해고된 뒤 아직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동료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32일간 단식을 이어온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1일 단식을 중단했다. 그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키기로 한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돌아가지 못한 120명이 올해 안에 돌아갈 방안을 사측에 요구하며 또다시 곡기를 끊었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그의 단식은 이번이 네 번째다. 김 지부장은 한 달 넘게 곡기를 끊는 동안 건강이 갈수록 악화되고 동료들이 단식을 만류해 이날부로 단식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동료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료와 가족 29명을 가슴에 묻은 상주인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싸움이었다”며 “연대해주시는 고마운 분들과 동료들에게 폐끼치지 않고 제 뼈와 살을 태워서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고 고통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노동자들과 연대에 나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 해고자 복직 촉구 1인 시위에 자발적으로 나서준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살아서 해고의 아픔이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지부장의 편지 전문.


네 번째 단식, 32일 차에서 멈추겠습니다 

당신 덕분에 행복합니다. 

지켜보는 당신이 더 괴로웠을 서른 하고도 두 날. 회사의 복직 약속을 믿고 기다려왔던 2015년 이후 오늘까지, 신차가 나오고 작업 라인은 눈이 팽팽 돌 지경으로 돌고 공장 안 동료들은 잔업, 특근, 야간노동에 지쳐가도 회사는 해고자들에게 복직의 문을 열지 않았기에 네 번째 단식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자 시간을 물어뜯는 심정으로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제 뼈와 살을 태워왔습니다. 

문득 노-노-사 합의를 이뤄낸 2015년 12월이 떠오릅니다. 이번만큼은 성실하게 대화했고, 기다리고, 견디고, 인내하면 합의된 약속이 이행될 거라 믿었습니다. 167명의 해고자들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합의 이후 지난 2년간, 동료들을 다독이며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너무 순진했었나 봅니다.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지부장인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얼마 없었습니다. 2009년 해고 이후 동료와 가족 29명을 가슴에 묻은 상주인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싸움. 연대해주시는 고마운 분들과 동료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그저 저의 뼈와 살을 태워서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고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읽으셨던 걸까요? 금속노조는 유례없이 평택에서 중앙집행위 회의를 통해 쌍용차 해고자 복직 투쟁이 끝날 때까지 주도적으로 투쟁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고, 서울 목동 굴뚝 농성 중인 파인텍 지회 등 전국 곳곳에 산재한 무수한 투쟁 사업장의 동지들 그리고 공장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통해 김명환 위원장까지도 우리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이 싸움 함께 해주시겠다고 결의해주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평택 지역 공대위와 범국민 대책위 동지들, 작년부터 매일 이어진 청와대 앞 1인 시위, 저의 단식을 응원하고자 함께 1일 동조 단식해주신 동지들 그리고 전국 각지의 쌍용차 영업소 앞에서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자발적으로 주도해주신 수많은 국민 여러분. 

또한 불의한 벌금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노역을 살러 교도소로 들어가시면서도 저를 생각하신다는 문정현 신부님의 기도, 지부장은 보식에 집중하고 이 몸이 단식투쟁을 이어가겠으니 너무 나무라지 말라며 단식에 돌입하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저를 살피며 안색이 안 좋다, 너무 빠졌다, 우선 살아있어야 싸워도 싸울 것 아니냐, 제발 단식을 중단해달라는 우리 쌍용차 동료들, 조합원들의 눈물 어린 충고를 곱씹고 곱씹었습니다. 

예, 그래서 저는 오늘부로 단식을 중단하려 합니다. 솔직히 몸은 좀 힘들었습니다. 제 몸의 내장과 근육이 타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죽기로 결심한 이상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합원들 그리고 우리 곁의 많은 분들의 의견을 받아 안겠습니다. 살아서 싸우렵니다. 해고의 아픔이 없는,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귀한 연대의 마음 변치 마시고 함께 해주십시오. 믿고 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서른 두 날,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저와 우리에게 마음 포개어주신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8년 4월 1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 김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