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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금호타이어처럼 타협하라고? 한국지엠 노조가 더 물러나지 못하는 이유

2018.4.2 남지원 기자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법정관리 직전에 해외매각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로 불똥이 튀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고집을 꺾고 해외매각을 받아들여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처럼 한국지엠 노조도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여론 압박이 거세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사 합의가 쉽게 이뤄질 것같지는 않다. 표면적으로는 1000억원 규모인 ‘복리후생비 삭감’에서 부딪치고 있지만, 더이상 물러서면 수천명의 일자리가 날아간다는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말까지 7차례에 걸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줄곧 군산공장 문제 해결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해왔다. 겉으로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나,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않은 군산공장 노동자 680여명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은 “필요하면 정리해고를 할 수도 있다”며 정리해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군산·부평·창원공장에서 25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간 데 이어 군산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이 해고된다면 2009년 900여명이 쫓겨난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2일 노조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준비하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회사 측은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낸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서에서 향후 5년간 약 6000명이 감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희망퇴직으로 줄인 인원을 빼고도 최대 3500명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평2공장은 지금의 2조 2교대제 근무를 전반조만 운영하는 형태로 바꿔 사실상 1교대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가 감원을 하기 위해 근무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사측은 일단 임단협 합의부터 한 후에 군산공장 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사측은 7차 교섭에서 “정리해고는 최악의 상황이고 그것만은 피해야 하지만, 임단협을 빨리 끝내야 군산공장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GM 본사는 임단협에서 임금삭감 등 자구책을 내놔야 신차배정과 신규투자 문제를 확정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 없이 양보만 하고 임단협을 끝내면 나중에 대량해고나 구조조정을 막기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임단협이 노조의 최대 무기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단협을 통해 사측과 대등한 조건에서 요구안을 낼 수 있고 임단협이 결렬되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권리인 쟁의권을 갖게 된다. 노조의 핵심 요구인 구조조정 문제를 임단협이 끝나고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노조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에서 불리한 합의부터 강요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에 대해서는 임단협 체결 후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는 합의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상황은 파탄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지엠은 당장 이달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과 희망퇴직 위로금 등 2조30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 교섭이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노조는 오는 4일 인천 부평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