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난 10일 출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ㆍ기록물 데이터베이스 구축·구술집 번역 국제사회에 알릴 것
ㆍ국정과제 불구, 법안 통과 안돼 ‘1년 단위 위탁사업’으로 출발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에 대한 관심은 한국보다 일본이 더 뜨거워요. 연구소 개소식 때 온 기자 70여명 중 80%가 일본 기자였어요.”
지난 10일 여성가족부 산하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정부 산하에 생긴 첫 위안부 연구기관이다. 앞으로 국내외 기관들과 박물관 등에 흩어진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한데 모아서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위안부 구술 기록집을 외국어로 번역·발간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20년 넘게 위안부 연구를 해온 일본군위안부연구회 회장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13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김 소장을 만났다.
김 소장은 “일본에서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연구 기록을 모으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말부터 꺼냈다. “일본 외무성은 위안부 증언집을 영어로 발간하는 것이 합의에 위반된다는 뉘앙스의 코멘트를 하고 있어요. 일본 기자들이 개소식에 와서 ‘연구소 설립은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합의를 위반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그는 “‘피해자들의 증언집을 내는 것이 비난이냐’고 반문했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여성인권의 문제예요.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연구조차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2015년 합의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말이 안되는 겁니다.” 김 소장은 3년 전 한·일 정부 합의의 문제점을 알리고 위헌 소지가 있음을 앞장서 지적한 학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위안부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91년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씨가 피해를 공개 증언한 뒤부터였다. 이후 정부는 국사편찬위원회 지원을 통해 위안부·전쟁범죄 자료집을 발간하거나 학자들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들을 해왔다. 김 소장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연구의 양도 부족하지는 않아서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물을 정도는 충분히 있지만 자료에 대한 체계적 정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소에 오면 위안부 문제의 기본적인 것을 다 이해하고 한번에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정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 일을 해내기에 아직 연구소 인력은 적고, 법적 설립 근거도 정비하지 못한 상태다. 연구소 인원은 비상근직인 김 소장과 연구원 4명, 행정담당 1명 등 6명뿐이다. 주어진 공간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안의 사무실 하나, 회의실 하나이니 ‘연구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설립 근거를 담은 법안들이 발의돼 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 상태에서 우선 출범하느라 이런 모양새가 됐다. 일단 여성인권진흥원이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관련 사업을 수주해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1년 위탁사업’을 하는 형식으로 출발했다. 지금 인원으로는 연구자료를 모아 DB화하기에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그는 “이대로 운영되면 정부가 그동안 해온 위안부 관련 사업에 하나를 추가하는 것밖에 안된다”면서 “제대로 연구를 하려면 동북아역사재단처럼 기관 설립법이 만들어지고 그에 기반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설립 취지를 다 실현하려면 적어도 60~70명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김 소장은 “장기적으로는 연구소가 자리를 잡고 한국이 ‘여성인권과 평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학순 할머니 증언 후에 수많은 일이 있었죠. 피해자들은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운동가가 됐어요.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여성인권과 평화라는, 이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가치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거예요. 연구소가 궁극적으로 여성인권과 평화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는 박물관 역할을 했으면 해요. 위안부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그런 가치를 증진시키는 중심에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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