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신청한 뒤 딸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늘 엄마만 찾던 딸에게 좀 더 편한 아빠가 된 것 같아요.” 대구에 사는 직장인 ㄱ씨는 초등학생 딸아이가 방학 동안 혼자 집에 있는 걸 무서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놀이공원, 스케이트장, 워터파크 같은 곳에서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엄마만 부르던 딸은 아빠를 찾게 됐다. 그는 “복직해도 술자리를 줄이고 딸과 더 많이 놀아주려 한다. 가정생활에 충실한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육아휴직을 쓴 민간기업 노동자 6명 중 1명은 ‘아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흔하지 않은 일이던 ‘아빠 육아휴직’이 대세가 돼 가고 있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남성은 846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5만89명 중 16.9%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육아휴직자 4만4846명 중 11.4%인 5101명이 남성이었는데 한 해 동안 5.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를 이용한 사람도 309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2052명에 비해 40.7% 늘었다. 남성 이용자가 267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할 경우, 두 번째로 휴직한 사람에겐 석달간 통상임금 100%를 육아휴직급여로 주는 제도다.
육아를 위해 일을 쉬는 남성은 2007년만 해도 310명뿐이었지만 2014년 342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 1만2043명으로 처음 1만명대에 진입했다. 이대로라면 올해에는 1만6000명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 남성 육아휴직자들 중 58.4%가 30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한다. 10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13.2%,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은 10.8% 수준이었다. 다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은 확산되는 추세다. 노동부는 육아휴직 기간에 받는 급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본다. 지난해 9월에 첫 석달치 육아휴직급여가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상한액은 월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2019년부터 휴직 첫 3개월 이후의 육아휴직급여도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올리고, 상·하한액도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에서 120만원과 70만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 상한액도 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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