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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가 개혁 후퇴의 명분인가” 정책숙려제 ‘거부 선언’한 교육단체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정책숙려제 거부선언’ 기자회견에서 21개 교육단체 대표들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정책숙려제 거부선언’ 기자회견에서 21개 교육단체 대표들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부로 우리는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포기하는 정책숙려제를 거부합니다”

2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21개 교육단체 관계자 수십여명이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이렇게 외쳤다. 이들은 지난해 문재인 정권 출범 당시 ‘수능 절대평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도입’ 등의 교육공약을 크게 지지했지만 1년 만에 김상곤 교육부총리 퇴진에 이어 교육부의 정책숙려제까지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 단체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정책숙려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는 모두 교육부의 정책결정 책임을 국민에 전가한 행위였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정책숙려제 참여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교육단체들이 1년 만에 반기를 든 것은 정책숙려제와 공론화가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지 않는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은 정책숙려를 거치면서 당초 ‘수상기록 전면 삭제’에서 ‘학기당 1개 제한’으로 바뀌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안의 경우 공론화를 과정에서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 시행이라는 교육개혁 목표는 사라지고 상대평가 유지, 수능 위주 전형(정시) 30% 확대 등 사실상 현행 유지안이 나왔다.

좋은교사운동의 김영식 대표는 “분명 학생부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이 정해져 있었고 대입제도개편 방향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정해져 있었는데 교육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기존의 정책 방향을 포기했으며 숙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숙려제가 미래 교육의 비전과 가치를 토론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을 의제로 다루면서 어정쩡한 결론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지난 두 차례의 공론화 과정은 상반된 의견을 가진 관계자들이 토론하면 시민들이 판결을 내리는 구조였기 때문에 양측 의견을 봉합하는 수준에서 결론이 났다”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예고된 정책숙려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하반기에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로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과 학교폭력 대책 개선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공론화라는 명분 속에 잇따라 후퇴하자 교육 개혁을 다시 요구하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30여개 교육단체들은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지킴이 국민운동’을 출범해 정치권과 정부가 무력화시킨 공약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도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의 공약이던 ‘공영형 사립대’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한 것은 정부의 고등교육 혁신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며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