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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사고난 날에도 상도유치원엔 117명 수업...감리·진단·대응, 무엇이 문제였나

구정은·노도현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상태로 위태롭게 서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상태로 위태롭게 서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옹벽이 무너지면서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일어난 동작구 상도유치원에서는 6일에도 교사 15명과 원아 117명 등 130여명이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통원해 하루를 보냈다. 한밤중에 사고가 났기에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유치원이 한밤중에 기울어져버린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유치원 측의 요청으로 안전진단을 하고 교육당국이 지자체에 대책을 요청했음에도 결국 이런 사고가 난 과정과 의문점을 짚어봤다.

■토목설계 감리는 제대로 진행됐나

유치원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유치원 측이 3월 20일 의뢰해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그 달 31일에 현장조사를 했고, 4월2일 자문의견서를 동작구청과 서울시교육청 산하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시공사에 통보했다. 5월에는 유치원과 교육지원청이 구조안전진단 전문업체에 진단 용역을 맡겼다.

상도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생겨 계속 항의했지만,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건축업계에서는 건축주·시공사 측의 의뢰를 받은 업체가 감리를 하기 때문에 감리가 정확하지 않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된 뒤부터 소규모건축물에 대해서는 ‘공영감리’를 도입, 관할 구청이 감리업체·감리사를 지정하도록 했다.

상도유치원 옆 공사장의 감리를 공영감리로 진행했는지, 건축주·시공사 쪽에서 고용했는지는 조사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건축설계와 토목설계에서 각각 감리를 따로 하게 돼 있는데 이번 일의 경우 건축 쪽이 아닌 토목설계 쪽의 감리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치원 ‘구조안전진단’에는 문제가 없었나

유치원과 교육지원청의 의뢰로 구조안전진단 전문업체가 5월 말 사전조사를 거쳐 6월, 7월, 8월에 3차례 계측을 했다. 8월 22일의 3차 계측에서 ‘약간의 이상징후’가 발견돼 공사현장에 통보했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이 경우, 지반이 무너진 원인이 된 공사장이 아니라 유치원 건물의 구조안전진단에 초점이 맞춰졌을 수 있다. 공사장 쪽에서 흙벽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는데 유치원 건물 자체만 진단했다면 ‘약간의 이상’으로 보고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온건축사무소 임형남 소장은 “유치원 조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흙막이 등 옆 공사장의 토목공사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 공사장의 흙벽 공사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비용도 제각각이다. 임 소장은 “값이 비싼 ‘슬러리월’을 세워 튼튼하게 흙막이 공사를 했다면 최근 내린 비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가격이 낮은 토류판 같은 것으로만 공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향후 조사에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구청이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은 이유는

구조안전진단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자 지난 5일 유치원장, 교육지원청, 구조안전진단 업체 관계자, 공사현장 관계자가 만나 대책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 동작구청에도 참석하라고 요청했으나 구청 측 참석자는 없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이상징후가 있어 건축주나 주민들 민원이 들어가면 관할 지자체가 현장을 조사한 뒤 공사중단을 명령해야 한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구청 직원이 회의에 나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을 보고 공사를 중단시킬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책회의 뒤 공사업체는 6일 안전조치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했고, 교육지원청과 유치원은 구청에 안전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한밤중에 흙이 쓸려내려가면서 유치원은 기울어졌다. 동작구는 옹벽이 무너진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7일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건물 내려앉은 서울상도유치원 원아들, 상도초에 수용

인근 공사장 옹벽 붕괴로 건물이 내려앉은 서울상도유치원이 당분간 상도초등학교에서 교육과정과 돌봄교실을 운영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오는 10일부터 상도유치원 방과후과정반 원아 58명을 인근 상도초 돌봄교실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아 64명이 다니는 교육과정반은 대해서는 오는 14일까지 휴업하고 17일부터 상도초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원아가 등원하지 않도록 문자를 발송하고 유치원 내 전기, 가스, 수도를 차단했다. 또한 상도초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할 수 있도록 유치원 반대쪽 정문을 이용하게 했다. 학교 안에 교육청 관계자와 경찰을 배치해 학생들이 유치원 근처에 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추가 인력배치를 검토 중이다.
 
앞서 6일 서울 동작구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인근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전날 오후 11시20분쯤 굉음과 함께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유치원 건물이 갑자기 기울어졌다고 전했다. 
 
상도유치원은 지난 2014년 3월 개원해 현재 7개 학급 122명이 다니고 있다. 지난 5월부터 2개월 간 구조안전진단 용역업체가 해당 유치원 건물을 계측했지만 뚜렷한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업체는 지난달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공사현장에 통보했다. 지난 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상도유치원 안전 진단업체, 공사 관계자가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동작구청 측은 이날 참석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6일 교육지원청과 상도유치원은 공사업체로부터 안전조치계획을 받기로 하고 동작구청에 안전조치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날 밤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유치원 인근 신축공사장 지반이 약화되면서 건물이 기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늦은 시각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장과 유치원에는 사람이 머물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