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준비위원회, 메신저·SNS 등으로 가입 독려
“삼성 사례 보며 힘 얻어”…출범 때까지 규모 비공개
삼성과 함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포스코에 50년 만에 노동조합이 생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6일부터 포스코 노동조합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노조 설립을 준비한 몇몇 노동자들이 모여서 만든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는 앞서 지난 4일 온라인 메신저와 소셜미디어에 설립선언문을 공개하면서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공식 출범선언을 하고 지회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조직정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직원은 1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노동환경은 타사와 비교해서 갈수록 열악해져만 가는데 그 와중에 회장이 새로 선임될 때마다 정치권의 각종 비리와 연루돼 있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로 ‘이번 정부에서 노조 파괴 공작은 쉽지 않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삼성 노조 설립을 방해했던 경영진이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힘을 얻었고, 뜻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50여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이 결성됐고 10일도 안돼서 15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번에 노조가 설립되면 포스코 창사 50년 만에 제대로 된 민주 노조가 들어서는 것이 된다.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적은 있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포스코는 삼성과 함께 무노조 철칙을 고수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창사 이후로 여러 차례 노동자들이 시도를 했지만 노조 설립에 성공한 적은 없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듬해에 민주노조건설추진위가 꾸려지면서 조합원 2만4000여명의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공안기관의 감시와 사측의 방해로 대다수가 탈퇴하면서 해체됐다. 전체 조합원이 9명뿐인 노조가 있어서 회사와 노경협의회를 구성하고 임금협상 등을 진행해왔으나 직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이후로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으나 사측의 견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내놓은 ‘포스코 무노조 50년’ 자료를 보면 사측은 노조를 만들려는 직원들을 징계하고, 심지어는 납치·감금해서 협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에는 제철소가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전 직원에게 위치와 통화내역 등이 서버에 전부 기록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지시해 노조 설립 움직임을 감시하기도 했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노조 설립 준비 과정을 함께한 이상섭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은 “사측에서 직원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감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노조에 대한 논의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노동계에서는 전한다. 하지만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사측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준비위 측은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이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입신청이 세자릿수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출범 때까지 정확한 숫자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성명을 내고 “헌법과 법률이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익명 단톡방으로 논의하고 노조가입도 비공개로 해야 하는 상황이 ‘노동존중 정부’ 하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며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측 부당노동행위를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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