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사립대학 미대의 미화원 휴게실은 건물이 아니라 외부 컨테이너에 있다. 컨테이너 앞 하수구에서는 늘 악취가 올라온다. 에어컨은 없다. 또다른 사립대의 인문사회대 경비원들은 계단 밑 좁은 공간에서 쉰다. 두어 명 앉기도 힘들 만큼 좁고,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허리를 굽혀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이 관리하는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미화원 휴게실은 지하 3층 쓰레기하치장 바로 앞이다. 악취가 풍기고 벌레가 들끓어 사실상 쓸 수가 없다. 입주사들의 탕비실에서 잠시 쉬는 청소노동자들도 있지만, 그조차 없는 층도 많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숨을 돌리는 노동자들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청소·경비노동자들 상당수는 여전히 휴게실이 없거나 계단 밑, 지하실, 쓰레기장 앞에서 틈틈이 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서울 소재 14개 대학과 3개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실태 조사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이들이 일하는 건물 202곳 중 휴게실이 지하에 있는 곳이 58곳, 계단 밑에 있는 곳이 50곳이었다. 창문이 없으니 환기가 되지 않고, 먼지나 악취에 노동자들이 그대로 노출된다. 새벽에 출근해 청소를 한 뒤 쉬다가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휴게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휴게실이 아예 없는 건물도 17곳이나 됐다.
휴게실 69곳에는 에어컨이나 중앙냉방장치 없이 선풍기만 있었다. 올여름 같은 폭염에 선풍기조차 없는 곳도 3군데 있었다. 환기가 잘 되는 곳은 79곳뿐이었고, 목욕시설은 45곳에만 있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휴게실을 같이 써야 했다. 야간 휴식시간에 잠을 자야 하는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실이 따로 없어 초소에서 쉬는 경우가 87곳 중 36곳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휴게실에서 쉴 수 있도록 노동부가 약속대로 집중 실태점검을 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사업장이 갖춰야 할 휴게시설의 면적과 시설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이달 중 청소·경비용역 사업장과 백화점·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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