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119명 전원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옥쇄파업, 그 뒤로 이어진 숱한 죽음 끝에 10년만에 쌍용차 사태가 비로소 매듭지어진다.
쌍용자동차와 쌍용차노조(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대상 해고자 전원을 내년 상반기 말까지 복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해고자 복직 합의서’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내년이라는 복직 시점을 명시했고 경영상황이 나쁘더라도 남은 해고자들을 전부 복귀시키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2015년 ‘단계적 복직 노력’ 합의와 다르다. 합의서에 따르면 쌍용차는 복직 대상 해고자 중 60%를 2018년 말까지, 나머지를 2019년 상반기가 끝날 때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생산물량 부족 등의 문제로 2019년 상반기 복직대상자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해고자는 2019년 7월1일부터 연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뒤 연말까지는 부서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무급휴직자들의 생계비는 일부 보조될 것으로 알려졌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쌍용차지부는 2009년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집회나 농성 등을 중단하고 회사가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거나 집회·시위를 열지 않기로 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복직 합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김영민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또 쌍용차 노·노·사가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로 갈등을 해결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해고자 복직으로 생기는 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전날 밤 조합원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찬반투표에 부쳐 투표인수 62명에 찬성 53명(58.5%)으로 가결시켰다. 쌍용차도 본사인 마힌드라에 합의안 내용을 보고하고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긴 밤을 보내고 왔다”며 말문을 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회사와 기업노조가 어려운 조건에서도 이런 대승적 결단을 해주셔서 해고자들을 대표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폭력 진상규명, 손배가압류 철회 등 남은 과제들을 차분히 해결해 나가고, 회사의 도약을 위해서 저희도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오늘은 저희 쌍용차에게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뜻깊은 날”이라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신차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 회사가 아직 어려운 만큼 정부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지원을 해 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자 복직 합의서 전문
쌍용자동차주식회사(이하 “회사”라고 함),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하 “회사노조”라고 함) 및 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이하 “금속쌍용차지부”라고 하고, 통칭하여 “노노사”라고 함)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현재까지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 문제의 조기 해결을 통하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회사의 도약을 위해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
1. 회사는 복직 대상 해고자를 2018년 말까지 60%를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를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
2. 2019년 상반기 대상자중 부서배치를 받지못한 복직대상자에 대해 2019년 7월 1일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후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한다. 무급휴직자에 대한 처우 등 제반 사항은 기 시행한 사례에 따르기로 한다. 또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교육, 훈련 등을 실시할수 있도록 추진 한다.
3. 금속노조쌍용차지부는 본 합의와 동시에 회사를 직접 상대방으로 한 2009년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된 일체의 집회나 농성을 중단하고, 이와 관련된 일체의 시설물과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며, 회사가 본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회사를 직접 상대방으로 한 2009년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민형사상 이의(집회, 시위, 선전활동 등 포함)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
4.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쌍용자동차 노노사가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의 사회적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해결한것에 존경을 표하며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해고자 복직으로 생기는 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5.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과 지속성장을 위해 추가적 정부지원 방안 마련 및 본 합의서에 따른 세부 실행계획 점검을 노사정대표가 참석하는 “쌍용자동차 상생 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한다.
2018년 9월 14일
쌍용자동차주식회사 대표이사·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으로 돌아간다. 해고자 복직 합의서를 발표한 뒤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은 노조원들이 해고 기간 동안 목숨을 끊은 동료들의 영정 앞에 꽃을 바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당신들을 꼭 기억하면서 모든 문제들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헌화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동료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합의가 되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머릿속이 하얗다”며 “쌍용차 투쟁을 통해 무리한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것을 많은 경영진이 알았으면 좋겠고,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 봄 쌍용차가 경영난을 이유로 전체 임직원의 36%인 2646명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노사갈등과 국가폭력의 상징이었고, 정리해고가 개개인의 삶에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를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구조조정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이 77일간 격렬한 옥쇄파업을 벌였고 경찰은 헬기와 대테러장비를 동원해 강제진압 작전을 펼쳤다. 당시 쌍용차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64명이 구속됐다. 이후 상당수가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고 454명은 무급휴직을 택했으며 165명은 해고당했다.
‘공장을 점거했던 폭도’로 낙인찍힌 해고자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고, 강제진압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 뒤 무급휴직자들이 먼저 복직했고 2015년에는 쌍용차지부와 기업노조, 사측이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신규인력을 3:3:4 비율로 채용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고자 중 119명이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생활고에 지친 해고자 고 김주중씨가 30번째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쌍용차지부는 다시 대한문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하루속히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왼쪽)과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14일 서울 종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해고자 복직 합의서를 발표한 뒤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2015년 합의서는 ‘신규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해고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고만 했는데 이번 합의에서는 ‘전원을 내년까지 채용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올 하반기에 해고자 중 60%를, 내년 상반기에 나머지 40%를 채용하되 만일 내년 상반기에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자가 있을 경우 6개월간의 무급휴직을 거쳐 내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끝내기로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경기도와 상의해 무급휴직 기간 동안의 생계비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전문]쌍용차 복직 합의서 공개
30명 영정 앞에 놓인 '복직 합의서'…해고자들 "잊지 않을 것"
이번 협상은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나서서 중재를 시작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회사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에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자금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위원장은 “기업별 노사관계가 안정돼야 사회적 노사관계도 안정되고, 개별적 아픔이 치유돼야 사회적 합의도 가능한 것”이라며 “현장 출신 위원장으로서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노사관계 문제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해고자 가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쌍용차지부는 다음주 중 대한문 분향소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복직 기념 문화제를 연다. 대한문 분향소는 정부가 국가폭력을 공식 사과할 때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일하고 돈 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학생들에게 비정규직 체험도 가르치고 싶은 심정”…직업교육 강사가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것 (0) | 2018.10.15 |
|---|---|
| [인터뷰]가면을 벗고 당당히 나선 포스코 ‘민주노조’ (0) | 2018.10.15 |
| ‘휴게시설 가이드라인’ 나왔지만…계단 밑, 지하에서 쉬는 청소노동자들 (0) | 2018.10.10 |
| 오후 5시 퇴근종, 스케줄 거부권… ‘워라밸 우수기업’ 직원들이 사는 법 (0) | 2018.10.10 |
| 포스코 ‘무노조’ 깨진다...민주노총 산하 노조 설립 (0) | 2018.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