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부지 협조’를 내건 서울 강서 ‘특수학교 합의’를 두고 입장차를 보여온 서울시교육청과 장애아 학부모들이 갈등을 끝내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12일 설명자료를 내고 “합의문을 둘러싼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장애인 학부모들을 포함한 시민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향후 학교 통폐합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기로 함으로써 지역민원 앞에 한발 물러섰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교육청은 “한방병원 부지 협조는 주민, 지역사회, 교육공동체 구성원들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확정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학교 통폐합 후의 절차는 용도폐지·매각 등 공유재산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서울특수교육학부모협의회 등 5개 시민사회단체도 입장문을 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의지와 취지가 선의였음을 확인했다”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한방병원 부지 제공 약속은 교육청의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수학교 건립 때문에 한방병원을 지어줘야 하고 그 때문에 멀쩡한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식으로 호도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교육청이 세심하게 숙고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고 잘못된 것은 되짚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앞서 4일 강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해온 주민 대표와 함께 합의문을 발표했다.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계획대로 짓되, 앞으로 주변 학교가 통폐합해 새 부지가 나오면 시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무릎호소’ 1년만에 힘겹게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 ‘협조약속’이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장애아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대가를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인식시켰다” “학교 부지의 처분은 교육청 권한인데 국회의원에게 결재를 받은 꼴”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10일 조 교육감과 학부모들이 만나 논의한 뒤 양측이 입장문을 내고 갈등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무릎 호소' 1년, 강서 특수학교 마침내 합의···'김성태 공약' 한방병원도 추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합의’에도 계속되는 강서 특수학교 논란···“기피시설 인식 심어줘” 부모들 반발
하지만 ‘한방병원 부지 협조’라는 합의가 향후 또다른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시교육청은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 송정중을 통폐합해 마곡동에 ‘마곡제2중학교’(가칭)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2년 전 총선 공약으로 한방병원을 내세우면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었는데, 학교 통폐합으로 생겨날 교육청 소유 부지에 교육적 목적이 아닌 지역민원이 끼어들 여지를 만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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