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산하 직업교육 기관 한국잡월드 노조 이주용 부분회장
2016년 체험관 알바로 취업, 강사 됐으나 차별에 노조설립
정규직 전환 놓고 회사 ‘꼼수’…천막농성에도 개선 조짐 없어
“땀과 노력 인정받고 싶어”…18일부터 전면 파업 돌입
“직업군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체험 수업을 진행해요. 오늘 오전에 만난 친구들은 직업군인이 꿈이라는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와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왔다’는 5학년 여자아이였는데, 오늘따라 특히 적극적이었어요. 제식이나 사격도 정말 잘 했고요.”
16일 낮, 오전 직업교육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틈타 만난 이주용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부분회장(25)은 군복 차림 그대로였다. 오늘 어떤 수업을 했는지 묻자 눈빛에 생기가 돌고 말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제가 하는 수업이 군인 체험이다 보니 내내 무거운 분위기를 잡다가, 다 끝나고 나면 건빵이랑 음료수를 주면서 긴장을 풀어주거든요. 그럴 때 아이들이 ‘감사하다’고 말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멀리서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저에게 뭔가를 배워서 돌아간다는 게 참 즐거운 경험이더라고요.”
한국잡월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 부분회장은 지난 4월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생각지도 않던 ‘노조 간부’가 됐다. 그는 2016년 아르바이트로 이곳 청소년체험관 직업체험강사 일을 시작했다. 안내하고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았고, 지난해 면접을 거쳐 계약직 강사가 됐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직업체험교육을 해주는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건전한 직업관 형성과 진로·직업선택을 제공’한다고 돼 있지만 전체 직원 389명 중 정규직은 51명뿐이다. 청소, 경비, 시설관리, 고객센터 직군뿐 아니라 전시·체험관을 운영하고 교육을 하는 강사들 275명이 모두 비정규직이다.
한국잡월드 노사는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린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체가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들을 고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작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사들은 논의에서 배제됐다. 강사들 몇몇이 모여 노조를 결성하기로 하고 가입원서를 돌렸다. 그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노조를 만들기로 했지만 두려운 마음이 많았고, 그러다 잘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며 “많아야 10명이나 가입할까 했는데, 첫날 가입서 53장이 들어왔다. 그만큼 강사들이 열악한 처우에 불만이 많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본사가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부터 두 달째 경기 성남의 한국잡월드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잡월드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도 비정규직을 자회사가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려는 곳이 많다. 직접고용을 하면 돈이 더 들고, 기존 직원들의 반발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회장은 “하지만 지금 강사들이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라 생기는 문제들을 자회사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고용불안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에 체험실을 청소할 때 쓰는 카페트 청소기가 고장났어요.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용역업체인 서울랜드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매니저가 파트장에게 보고합니다. 이런 식으로 용역업체 보고체계를 거쳐 한국잡월드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원청과 의사소통이 안돼, 미세먼지가 심각하던 지난 겨울에 반년 가까이 청소를 제대로 못했어요. 자칫 안전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요? 정규직들과 똑같은 처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에요.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면서 휴관일만 빼고 주 6일 일해야 간신히 월급 200만원을 채우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는 “현장에서 우리와 만나는 고객들도 우리가 비정규직이라는 걸 알면 ‘정규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가끔은 ‘비정규직 체험’이라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8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다. 이 부분회장은 “입장차이가 크지만 회사가 적극적으로 우리와 대화해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저는 3년차밖에 안됐지만 2012년 잡월드가 생긴 뒤 계속 일해온 분들도 있어요. 매달 아이들을 지도한 내용으로 체험을 개선해보려고 정말 노력해왔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현장에서 일해온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50분간의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체험을 진행하러 바쁜 발걸음을 옮기던 그가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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