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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제빵기사 5378명 고용하고 밀린 임금 110억원 지급하라" 노동부 지시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5378명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고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브랜드 품질을 관리한다며 제빵기사들의 인사와 노무에 관여하면서도 법적으로 계약관계를 맺지 않는 것은 불법이므로, 고용을 하고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21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에게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부터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과 가맹점 등 56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했다.

제조기사 5300명, ‘고용주’는 누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전국 3200여개 가맹점에서 제조기사 5378명이 제빵이나 카페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본사가 고용한 이들도, 심지어 가맹점들이 고용한 이들도 아니다. 파리바게뜨와 업무협정을 맺은 11개 협력업체 소속이다. 가맹점이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하면 제빵기사가 가맹점으로 나가 일을 한다.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 제빵기사의 ‘4각 관계’인 셈이다. 본사는 숙련된 기사를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가맹점들에 보내고, 가맹점주들도 고용 부담 없이 매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파리바게뜨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협력업체들은 점주들에게서는 도급비를, 본사로부터는 일정한 지원비를 챙긴다. 하지만 제빵기사들은 매달 가맹점주가 주는 1인당 도급비 340여만원 가운데 협력업체 몫을 뺀 240여만원만 손에 쥘 수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6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면서였다. 법적으로 ‘도급’에 해당되려면 제빵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가진 업체가 도급받은 일감을 독자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도급업체 직원이 가맹점이나 본사의 감독 아래 일했다면 ‘파견’에 해당한다. 파견법은 중개업체가 인건비만 떼먹는 ‘사람 장사’를 막기 위해 허용업무와 기간(2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제빵업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이다.

본사 직원, 카톡으로 실시간 업무지시

이 의원실은 파리바게뜨 본사의 품질관리사가 단체 카톡방에서 제빵기사들에게 “본사직원 방문시 쇼케이스 생크림 케이크가 없는 것을 확인” “오후 1시30분 전 케이크 생산을 위해 조기출근” “출근시간에 보고” 등 실시간으로 업무를 감독하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해 공개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런 업무지시가 ‘가맹사업법’에서 허용한 교육·훈련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도급계약은 가맹점주와 협력업체가 맺은 것이므로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의 업무지시가 가맹사업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해석했다.

고용노동부도 “교육, 훈련 외에 채용, 평가, 임금, 승진 등에 관해 11곳 협력업체에 일괄적인 기준을 만들어 내려보냈다”라며 “가맹사업법이 허용한 범위 이상으로 인사·노무관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빵기사들이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에서 일했다고 본사에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지시가 내려왔으니, 본사의 상시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다는 것이다.

“제빵기사 직접고용하고 체불임금 110억원 지급하라”

고용노동부는 계약의 이름이나 형식과 상관 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봤을 때 “불법파견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파견법에 따라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아울러 노동부는 협력업체 11개사가 제빵기사들의 ‘임금 꺾기’로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총 110억여원을 체불한 사실도 밝혀내고 이를 모두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부의 이번 판단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빵업체 뚜레쥬르도 6개 협력업체를 통해 전국 1300여개 매장에 제빵기사들을 공급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