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에 ‘노조 파괴’ 의혹을 받는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해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공항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첫 시험대임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신뢰 쌓기 단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 ‘(주)인천공항운영관리’의 초대 사장으로 장동우 전 GM대우자동차 부사장(65)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대우자동차 상무, GM대우자동차 인사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공사는 “30여년간 인사·노무관리 분야에 종사한 최고의 전문가”라며 “정규직 채용과 고용승계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노 및 노·사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현재 인천공항공사와 정규직화 방안을 논의 중인 노조(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장 사장은 GM대우자동차 시절 노조 파괴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조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노조는 성명을 내 “장 사장은 2001년 대우자동차 노무담당 총괄임원으로 있으면서, 정리해고 이후 노조 무력화에 골몰했다”며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이른바 ‘용역깡패’를 동원한 노조 와해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GM대우 노사가 2007년 부당징계 문제로 다툴 때 사측은 대리 노무사로 노조파괴 전문 법인인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전 대표를 고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 사장이 GM대우 인사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던 2007년에는 노조 집행부 폭행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해 1월 사측 노무관리팀 직원들이 사무직원 자치단체인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사무노위) 사무실에 들어가 집행부 간부들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장 사장 앞에 영국, 스웨덴, 캐나다 등 국제 노동단체들의 항의 서한이 빗발쳤다. 당시 유르겐 피터스 국제금속노조연맹(IMF) 의장 겸 독일금속노조(IG Metal) 위원장은 “노무 담당자가 한국인 동료를 물리적으로 공격해 싸움을 일으키고 사무실과 가구·컴퓨터 등 사무기기를 파손시키는 의도적 폭력과 부정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는 GM과 같은 다국적 기업의 행동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강력 항의했던 바 있다.
‘인천공항운영관리’는 인천공항 내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립 중인 임시 법인이다. 올 10월 개장 예정인 제2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할 정규직 직원들을 채용하고, 기존 하청업체 비정규직의 고용을 승계하는 역할도 한다. 인천공항은 이 자회사를 가교 삼아 나머지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정규직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출범한 상태이다. 노조는 “공사가 여전히 비정규직 노조를 적대시하고 있는 증거가 장사장 선임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이대로는 노사 간 신뢰 형성이 어려우며, 공사는 장 사장 선임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노조파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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