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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4시간 아이 돌보며 행정업무까지…시간제 전담사들 “우리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 80여명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수 있도록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 80여명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수 있도록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모씨(37)는 초등 돌봄교실에서 하루 4시간씩 일하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다. 초반에는 학교도 4시간만 일하고 가는 임시직처럼 여겼다. 업무 중간에 주어지는 휴게시간 30분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 쓸 수 밖에 없었다. 총 4시간30분을 꼬박 일한 것이다. 초과 근무를 해도 학교는 예산상 어쩔 수 없다며 인정해주지 않았다. 온갖 행사와 단축수업, 종무식 때문에 일찍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2시간 더 일한 적도 있지만 수당은 없었다. 그러다 휴게시간을 퇴근한 뒤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지나도 교실 뒷정리와 밀린 행정업무를 한다. 이씨는 “행정업무는 가뜩이나 시간에 쫓기는 시간제 돌봄전담사에겐 엄청난 부담이고 아이들의 돌봄의 질과 안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며 “모든 건 단시간 근무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하루 4시간인 업무시간을 전일제전담사들과 같이 ‘8시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 8시간 쟁취 1차 집회’를 열었다. 시간제 전담사 80여명이 출근 전 짬을 내 모였다.

학비노조는 “서울시교육청은 4시간 안에 각종 행정업무를 하도록 요구해 틈틈이 아이들을 돌보며 행정업무를 하거나 추가근무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4시간 안에 할 수 없는 행정업무는 결국 무료노동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문형주 서울시의원이 시교육청에서 받은 시간제 돌봄전담사 행정업무 현황자료를 보면 이들은 운영일지와 출석부는 물론 급·간식 서류, 귀가일지, 주간·월간 계획안, 간식주문 서류를 작성한다. 또 위생안전을 점검하고 분기별로 환경판을 꾸미며 홈페이지를 관리하기도 한다. 각종 가정통신문 발송과 통계 작성, 수업준비와 준비물 챙기기, 외부강사 섭외와 같이 다양한 행정업무를 한다.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 80여명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수 있도록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 80여명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수 있도록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학비노조에 따르면 시간제 전담사들이 맡는 아이들은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고 교실도 옮겨야 한다. 방학이 되면 오전에는 시교육청이 임시로 채용한 대체강사가, 오후는 시간제전담사가 돌본다. 노조는 “시교육청은 인건비가 인상된다는 이유로 시간제 전담사의 근무시간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시간제 전담사는 일하는 시간이 주 40시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맞춤형 복지비와 교통비도 전일제전담사의 절반만 받는다. 근속수당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학비노조는 돌봄의 질을 높이고 시간제 근무로 인한 비상식적인 차별을 없애려면 ‘하루 8시간 근무’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시교육청과의 단체교섭에서 근무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향후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홍순영 학비노조 시간제돌봄분과장은 “정부의 돌봄교실 확대 방침으로 시간제들의 근로 시간이 연장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2022년까지 4시간 시간제전담사를 500명 더 양산할 계획이라고 한다”며 “정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시간을 오후 3시까지 연장해도 어떻게 돌봄교실을 운영하고자 하는지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희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돌봄교실 시설비를 확충해야하는 것도 맞지만 8시간 전일제 전담사가 아이들을 종일 돌볼 수 있도록 인권비를 우선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사회가 요구하는 돌봄케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시간제 전담사를 더 뽑겠다는 건 결국 질나쁜 여성 일자리창출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며 “알바식으로 채용했다가 싫으면 나가라고 일이 더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제 전담사들은 ‘아이 챙기는 4시간에 행정업무 웬이냐 근로시간 연장하라’ ‘우리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8시간 연장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