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최근 출범한 노동조합을 ‘노동자 권익과 관계없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강성노조’로 몰아붙인 노무협력실 문건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이런 논리를 직원들에게 퍼뜨리기 위해 ‘시범 부서를 선정해서 조직화’해야 한다는 회의록도 나왔다. 지난 1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출범하자 일주일도 안 돼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를 시도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포스코는 “노조가 문건을 불법으로 탈취한 뒤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6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 새노조 간부들은 추석연휴 기간이던 지난 23일 노무협력실 노사문화그룹 직원들이 근무하던 포항시 포스코 인재개발원 사무실에서 노조 대응 문건과 직원 수첩 등을 확보했다. 문건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포스코가 현장 관리자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노조 대응 문건’들이다. ‘화해와 대화의 시대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강성노조’ 등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문건에서는 “강성노조가 근로자의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며 “근로자의 권익 향상이 목적인 노조는 응원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특정단체의 세력 확산이 목적인 노조는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사례를 들며 강성노조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회사 경쟁력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언급한 대목도 있다. 포스코 새노조가 ‘강성노조’, ‘정치적 노조’이며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 파괴(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하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노사관계에 깊숙이 개입해왔지만 유연하고 효율적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되레 후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며 “진정한 노동개혁 없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국제평가기관들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를 사랑하는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호소문’은 포스코가 일반 직원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직원 명의로 노조 반대 여론을 자극하는 내용을 적었다. ‘내 삶의 터전인 포스코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만들고 있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치킨게임 같은 노사대결 구도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우리는 직접 눈으로 봐 왔다’면서, 노조가 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칠 거라는 주장을 담았다.
이 문건들을 논의한 회의 참석자들이 작성한 노트에는 ‘우리가 만든 논리가 일반 직원들에게 전달되는지 시범 부서를 선정해 조직화해야 한다’,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이 해야, 미션을 분명히 줘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새노조를 강성노조로 몰아가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유포할 방법을 논의한 것이다. 추 의원은 “포스코 최고위층의 지시나 동의에 따라 종합적인 노조 무력화 대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문건이 발견된 경위만 문제삼아 ‘무단 침입과 문서 강탈’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 포스코는 보도자료에서 “노무협력실 직원 3명이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중 일부 직원이 무단으로 침입하고 물리력을 행사해 작업중인 내용과 사무실 내부를 불법촬영하고, 급기야 책상 위에 있던 문서 일부와 직원 1인의 수첩을 강탈해 도망쳤다”고 밝혔다.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회사는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특정 노조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추석연휴 첫날이지만 최근 노사관계 상황을 고려해 노사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방안 마련이 시급해 휴일근무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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