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배출’ 아스콘 공장 옆 전국 아파트 단지 24개 조성 중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입력 : 2018.09.26 16:36:00 수정 : 2018.09.26 21:47:43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공기 중에 내뿜는 아스콘 공장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지어지고 있다. 위해물질을 내뿜을 가능성이 큰 공단 근처에 주거지역을 만들어도 환경영향성 평가를 받지 않도록 허용한 법규의 빈틈을 비집고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26일 전국 아스콘 공장 434개 부근의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과 택지 개발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아스콘 공장 반경 1㎞ 안에 총 3만3793가구가 살 수 있는 24개 아파트 단지·택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에서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설 중인 아파트단지도 6개나 됐다. 이 아파트들이 완공되면 4577가구가 입주한다. 200~500m 떨어진 곳에는 2만2690가구가 입주 가능한 6개 택지·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경기 의왕시 고천동에 있는 아스콘 공장에서 450m 떨어진 지점에 고천초등학교가 있는 등 공장 근처에 학교가 있는 곳들도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아스콘 공장처럼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는 사업장이 주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주거지역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로포장에 쓰이는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은 발암물질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안양시 만안구의 아스콘 공장을 조사해보니 아스콘 생산과정에서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이 검출됐다.

만안구의 아스콘 공장은 1984년 세워졌고 2002년 아파트단지인 ‘연현마을’이 주변에 들어섰다. 이곳 주민들은 공장에서 날아오는 검은 분진과 고무 타는 냄새를 견뎌야 했고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질환에 시달려왔다. 주민들과 공장 간 갈등 끝에 경기도는 공장 가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이곳을 공영부지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건으로 아스콘 공장의 위해물질 문제가 부각됐지만,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공장 주변에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공장입지와 택지개발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지면서 주거지역과 공장지역이 뒤섞이게 됐고, 이로 인해 환경갈등이 발생한 지역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며 “주택사업자가 택지개발을 할 경우, 주변 위해물질 배출 사업장의 영향에 대해 검토하는 건강위해도 평가 같은 환경영향평가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환경부는 아스콘 공장에서 나오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벤젠 등의 배출농도 기준을 강화하고 벤조피렌 배출농도 기준(0.05㎎/㎥)을 신설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최재홍 환경보건위원장은 “이런 규제는 개별 공장의 배출 기준을 강화한 것일 뿐이며, 공장 주변을 주택지로 개발한다면 별도로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