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람 중심 교육을 위해 미래교육위원회와 국가교육위원회를 발족하고,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2일 오후 정부종합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기대로 바뀌고 교육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믿음으로 바뀌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부총리는 “고교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겨 전국 130만의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참여정부에서 중학교 무상교육을 완성했고, 문재인정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1년 앞당겨진 고교 무상교육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늘어나는 교육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무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정부 출범 뒤 국정운영 5개년 이행계획인 100대 국정과제의 교육분야에 고교 무상교육을 포함시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취임사에서 이런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시기도 당초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2022년 전면시행하기로 했던 것을, 내년에 고1이 되는 학생부터 지원하는 것으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고교생이 내야 하는 입학금과 수업료는 물론이고 학교운영지원비와 교과서비도 낼 필요가 없어진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공개한 고등학교 교육비(수업료 및 입학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교 입학금은 1만원~1만6000원 정도다. 연간 등록금은 지역에 따라 40만5600원부터 140만원대까지 차이가 크다. 서울의 경우 공·사립 일반고 등록금은 연간 145만800원이다. 무상교육이 이뤄지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주장해온 이들은 이미 국내 고교 진학률이 99.9%에 달해 사실상 의무교육이 됐다는 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여론의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은 물론 보수 후보들도 대거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무상교육’ 공약을 꺼내들었고,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관건은 예산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 제출한 고교 무상교육 한 해 예산규모는 2조4000억원이다. 그 중 8000억원 정도는 저소득층 교육급여나 공무원 자녀 학비감면 등으로 이미 지원되고 있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1조6000억원 정도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서영교 의원은 지난 8월 말 고교와 고등기술학교 등의 무상교육을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을 해당 연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1.14%로 올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래교육위·국가교육위 신설 “사회적 합의로 교육개혁 추진”
유 부총리는 김상곤 전 부총리 시절 교육개혁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번번이 여론에 밀려 좌초됐던 사실을 의식한 듯 “교육정책은 국민 눈높이와 현장의 수용 정도, 준비상태를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전임자의 개혁 정책들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여론을 봐가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과제로 제시됐던 ‘국가교육위원회’를 내년에 출범시켜, 사회적 대합의를 바탕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 권한은 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 교육은 여전히 소수 상위권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경쟁교육 중심이고 대다수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 교육은 개인의 선택과 성장을 지원해야 하며 미래교육의 방향은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계·과학계·산업계·노동계 현장전문가와 학생·학부모·교사 등으로 구성된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하고 미래교육 계획안을 마련하겠다”며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미래인재양성 사업과 예산도 체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교육 불평등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출발선 보장 프로젝트를 도입하겠다”며 “사회부총리 산하 ‘온종일 돌봄체계 실무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 학교와 지역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입개편 후폭풍 등 과제 산적
하지만 야당과 교육계 보수단체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취임한 유 부총리 앞의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여론에 밀려 유보한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내년 시행할 것인지, 공론화 끝에 결정된 2022학년도 대입개편 후폭풍과 ‘학생부종합전형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으나 뒤로 미뤄진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등에 대한 대답을 내놔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최악의 평가를 받은 정책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었다는 점에서 혼란과 불신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데, 유 부총리는 2020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유 부총리가 과거 강조했던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추진하고 고교 무상교육을 앞당기기 위한 법 개정에 야당이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당장 자사고·외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는 문제를 놓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유 부총리 임명에 대해 보수성향 교육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반면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은 “교육현장의 우려를 씻어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내 “후보자로 지명될 때부터 논란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됐는데 명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단체를 표방하는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청와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도덕적으로 흠결이 심각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유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여론을 무시한 독단”이라면서 ‘인사참사’라고 규정했다.
진보성향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등이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되찾기 국민운동’은 오는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부총리에게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국민운동은 “학종 ‘비교과영역’이 늘어나면서 학생과 학부모 부담이 증가했다”면서 “유 부총리는 학종 비교과영역 대폭 폐지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출범한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유 부총리가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면서 “교육 주체와 소통하면서 교육정책을 추진해 우려를 씻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르치고 배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상교육, 진보·보수 교육감 불문 ‘대세’…속도 차이만 있다 (0) | 2018.11.15 |
---|---|
[기타뉴스]과목선택 중요해진 2015개정교육과정 “고교생 이렇게 공부해라”…서울대, 고교생활가이드북 발간 (0) | 2018.11.15 |
[숙명여고 사태로 본 대입 진단]“고교서열화는 연좌제… 학종은 극악한 줄세우기” (0) | 2018.11.12 |
‘퇴직일=취업일’ 심사도 없이 사립학교 옮겨가는 교육청 퇴직자 실태 (0) | 2018.11.12 |
이래도 학종이 공정하다고? 1명이 1년에 상장 88개, 고교 ‘교내수상 몰아주기’ 실태 (0) | 2018.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