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르치고 배우기

무상교육, 진보·보수 교육감 불문 ‘대세’…속도 차이만 있다

교육감들 공약 추진 현황
중학교 무상급식, 내년 대구·경북 참여 땐 ‘100%’
교복 등으로 확산…유은혜 장관 취임으로 ‘탄력’

지난 6월 당선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공약에는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하나같이 ‘무상’이란 말이 들어가 있다. 한때 ‘포퓰리즘’이라 비판받았던 무상급식은 전국으로 번졌다. 급식에서 시작된 ‘무상’ 공약은 교복비, 고등학교 수업료 등 ‘무상교육’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유은혜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고교 무상교육 실현은 한층 빨라졌다. 유 부총리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려던 고교 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기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은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무상급식, 무상교복 정책과 맞물려 교육의 공공성을 한층 더 높일 전망이다.

■ ‘무상급식’ 이어 ‘무상교복’도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17개 시·도 전체에서, 중학교는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고교 무상급식은 교육감이 연임에 성공한 강원·세종·전북에서 이미 올 1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남·울산·제주는 2학기부터 시작했다. 광주와 충남은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서울은 내년부터 고교와 사립초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전은 시와 교육청이 예산 부담을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내년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충북은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나 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도와 교육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경기와 경남, 부산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보수교육감이 지휘하는 대구와 경북은 내년 17개 시·도 중 마지막으로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대열에 동참한다. 경북은 2020년 고교 무상급식까지 완성할 방침이다.

무상교복 정책도 구체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전원 무상교복’을 추진한 경기 성남시는 ‘취약계층에만 지원’을 주장한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겪었지만 조정을 맡은 정부 사회보장위원회가 지난 2월 성남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올해부터 고교 신입생에게도 교복비를 지원하고 있다.

‘중·고교 무상교복’을 내건 교육청은 강원, 경기, 세종, 울산, 인천, 전북, 전남, 제주 등 8곳이다. 인천과 세종은 내년, 강원과 제주는 2020년 전면 시행한다. 경기와 충남은 내년에 중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한다. 전남과 전북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부산은 2020년부터 중학교 무상교복 정책을 벌이고, 대전은 내년부터 중·고교 무상교복을 전면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 종착점은 ‘무상교육’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은 ‘무상교육’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점을 고려해 대다수 교육감들은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나 단계적 실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예산 확보 정도에 따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할지, 특정 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예산은 한 해 약 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이미 저소득층 교육급여나 공무원 자녀 학비감면 등으로 지원하는 금액을 빼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1조6000억원 정도다. 현재 국회에는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해당 연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1.14%로 높이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높이면 내년부터 전면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데 큰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서울은 이미 2016년부터 고교 입학금을 받지 않고 있다. 강원·인천 등 11곳은 올해부터 폐지했고, 제주는 파격적으로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까지 없앴다. 고교생 1인당 연간 최대 150만원 정도의 부담을 덜었다. 충남은 올해 입학금을 면제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고교 수업료도 면제할 계획이다. 부산, 세종, 울산은 단계적으로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구체적 계획을 내놨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지방교육재정연구센터 소장은 “학교 복지는 시·도교육청 재량이지만 자치단체의 재정적 여력에 좌우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무상교육은 국민들이 환영하지만 정부가 법적, 재정적 기반을 다지고 교육감들과 함께 의지를 갖고 나가지 않으면 계속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