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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기

‘불편한 교복’ 바꾸기 나선 서울 학생들

서울 중고생 ‘교복 개선’ 토론
공론화 거쳐 내년 규정 개정

지난 6일 서울 성동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편안한 교복’ 학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성동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편안한 교복’ 학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복이 편안해지면 이런 표정이 나오지 않을까요?”

6일 오전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한 학생이 수많은 무표정 이모티콘 사이에서 웃고 있는 이모티콘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불편한 교복을 편안한 교복으로 바꾸기 위해 마련한 학생 토론회 자리였다. 또 다른 학생은 “교복도 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무지개빛 색연필 그림을 골랐다. 근육질의 몸 그림도 보였다. 운동을 해도 될 만큼 활동적인 교복을 원한다는 의미다. 한 학생은 새 그림을 가리키며 교복이 깃털처럼 가볍고 포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전역에서 모인 중고생 130여명은 8~10명씩 15개 조를 이뤄 4시간 동안 교복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우선 학생들은 교복을 입으면 아침마다 뭘 입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했다. 소속감을 가질 수 있고 빈부 격차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없어지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교복을 입으면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춥다”고 지적했다. 교복 소재 자체가 하복은 땀 흡수가 안되고 동복은 보온성이 높지 않게 만들어져서다. 한 학생은 “신축성이 없어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옷이 찢어지기 일쑤다.

특히 여학생들은 하복 셔츠 길이가 짧고 허리선이 잘록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한 여학생은 “속이 훤히 비쳐 더운데도 꼭 반팔을 입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복을 계절에 알맞고 활동하기 편한 소재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여학생 하복 상의에 색을 넣고, 과한 허리선을 없애는 방안도 내놨다. 하의만이라도 자유롭게 입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학생들은 학교가 교복 관련 결정을 할 때 당사자인 학생 의견을 ‘50% 이상’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학교 2학년 김가인양은 “직접 교복을 입는 당사자들이 낸 소중한 의견이 교복을 바꿔나가는 데 꼭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토론회 결과를 다음달 3일 학생, 학부모, 교원, 일반시민 등 총 300명이 함께하는 시민참여단 토론회에 숙의자료로 제공한다. 시민참여단 토론이 끝나면 편안한 교복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각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