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이 출석했고, 중소기업 사장·편의점업계 관계자·자영업자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은 영세업자들이 나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은 오후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홍 전 수석에게 집중됐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은 검증되지도 않은 이론인데 아이디어만 갖고 실험을 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고, 이장우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한 사례가 그동안 없지 않았느냐”고 했다. 반면 여당과 홍 전 수석은 한국경제 체질이 바뀌어가는 과정의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한국 경제 체질을 대기업·수출주도 구조에서 내수·중소기업 위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라 진통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홍 전 수석은 “경제지표에 대해 전직 경제수석 입장에서 송구하다”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학계에서 실증적 연구를 했고, 정책 이름은 다르지만 일본 아베 신조 정권과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진행중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도 반복됐다. 야당 의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 고용지표가 나빠졌다고 주장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상황이 어려운 것은 정책적 요인 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적용하라는 요구도 또 나왔다. 이 장관은 “여러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일본 사례를 보면 업종구분의 설정이 어렵고 업종별 최저임금도 정부가 정하는 게 아니라 노사가 건의해서 하는 것”이라며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당장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국감장에 나와 어려움을 호소했다. 종로에서 음식점을 24년째 운영하는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장사가 너무 안되고 시급을 줄 상황이 못돼 올해 1월 파트타임 노동자 한 명을 해고했다”며 “최저임금도, 물가도 오르는데 자영업자들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백천세척기 대표는 “최저임금 결정에 최근 몇년 동안 중소기업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망사고, 가습기살균제 사태 후 노동자 36명을 부당해고한 옥시레킷벤키저 사태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화재가 났을 때 신고를 해야 하느냐, 화재로 사람이 죽었을 때 신고를 해야 하냐”며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도 신고할 의무가 없는 현 산업안전보건법이 미비하다면 제도 개선책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롯데하이마트 판촉직원 3800여명이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돼 있다는 의혹(경향신문 11일자 1·6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노동부에 요구했다.
고양 저유소 화재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2014년 노동부가 저유소 환기구에 화염방지기를 설치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재를 막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감독관의 설치 지시를 사업주가 이행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중앙 환기구에만 설치하고 측면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적절했는지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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