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회사가 경영난에 처했다는 이유로 전북 익산 공장의 직원 36명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정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옥시가 익산 공장 노동자들을 지난해 11월 30일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재심판정서를 지난 5일 옥시 노조와 사측에 송부했다. 중노위는 부당해고를 취소해달라는 사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고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 5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을 유지한 것이다.
옥시는 지난해 8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옥시 제품인 ‘물먹는 하마’ ‘옥시크린’ 등을 생산해온 익산 공장의 폐쇄를 결정하고 지난해 10월 공장을 해태HTB에 매각했다. 사측은 회사 매각 시 고용승계가 불가능하다며 직원 100여명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최종적으로 희망퇴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직원 36명은 회사 매각 결정 후인 지난해 11월 30일 정리해고됐다.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인해 2016년 4월부터 옥시 제품에 대한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이 일면서 심각한 경영상 위기에 처해서 매출이 급감했고, 이 때문에 익산 공장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사측이 익산 공장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할 만한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지 않았으며, 고용승계를 하겠다고 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 공장을 매각했다”고 주장해왔다. 노조는 회사가 경영난에 처했다고 주장하는 2016년 4월에 익산공장 노동자들을 제외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4% 인상하고, 성과급 30억원을 지급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옥시크린 등 일부 제품이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노조는 “회사에서 생산 제품 중 일부를 외주생산하거나 해외 공장에서 수입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익산공장의 매각을 시도해오다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구실삼아 익산 공장을 매각하고 정리해고를 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옥시는 2017년 말부터 익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들 중 일부를 폴란드에 있는 옥시의 해외 공장에서 수입하거나 다른 업체에 외주생산을 맡겼다.
중노위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노위는 판정문에서 “언론보도 등을 볼 때 회사 매출 감소의 주된 원인인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익산공장 노동자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인 2011년부터 제기됐고,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불매운동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2017년 4월 성과급 약 30억 지급 등은 경영상 해고의 ‘긴급한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인다”며 “(회사가) 노동조합에 ‘긴급한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옥시 노조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대표 선출을 무단으로 변경하면서 사측에 가까운 사람을 근로자대표로 선출하고, 직원들의 부모님댁에 희망퇴직 안내문을 보내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노위는 이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옥시 노조는 지난해부터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본사 앞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서울에 머물며 집회를 가진다. 오는 11일에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맞춰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할 계획이다. 옥시 노조 문형구 위원장은 “회사는 처음부터 부당해고임을 인지하고 공장을 폐쇄했다”며 “8일부터 무기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지노위 뿐 아니라 중노위에서까지 재차 옥시의 부당해고 판정이 나왔다”며 “옥시는 중노위의 판정을 받아들여 정리해고자를 조속히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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