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때아닌 태풍 용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올여름 태풍 예보 실패로 비판받은 기상청의 대국민 홍보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다.
지난 8월 하순 19호 태풍 솔릭과 20호 태풍 시마론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두 태풍 사이에 간섭이 일어나는 ‘후지와라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후지와라 효과는 두 태풍의 사이가 1000㎞ 정도로 좁아지면 서로의 진로와 세력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일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가 발견했다. 태풍 솔릭이 수도권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마론이 합세하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요즘은 태풍 예보를 할 때 쓰이지 않는 이론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과거에는 이동 방향을 설명하는데 쓰이기도 했지만, 실제 태풍의 진로와 세력은 복합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 기상청 해설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용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8월20일쯤부터 태풍 솔릭의 진로를 두고 후지와라 효과를 언급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의 코멘트를 인용해 태풍의 위험성을 과대한 내용이었다. 며칠 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이 후지와라 효과를 부인하는 인터뷰를 했지만, 이미 태풍 예보의 ‘대세’는 후지와라 효과로 기울어진 뒤였다.
이 의원은 해당 질의를 하면서 MBC, YTN, JTBC 등 언론 보도를 차례로 화면에 띄우며, 관련 보도가 나온 과정을 따졌다. “결국 여론에는 기상청 대신 민간업체의 말이 더 설득력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기상청에서도 지난해 태풍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후지와라 효과를 언급한 내용이 있어서 내부 교통정리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기상청의 대국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해 한반도를 덮친 폭염·가뭄·태풍 등 날씨만큼이나 곤혹스러운 질타를 받았다. 올여름 기상청의 ‘오보’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한반도를 향한 태풍 솔릭과 콩레이의 진로와 상륙 지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 기상청에선 한국 기상청보다 앞서 정확한 진로로 수정했는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상청은 태풍 예보는 상륙 지점보다는 영향 범위가 중요하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진로 수정을 점진적으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날씨 예보에 따라 생업에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분노가 컸다.
의원들은 “기무사 개혁에 버금가는 개혁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사람도 싹 갈아치우라”거나 “기상청에 필요한 것은 예보수준 개선이 아니라 해체”라고 질타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의원들의 비판 발언이 국민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면서 “과거에는 장비가 안 좋다고 해서 새로 도입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 기상청에서 현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 외에도 예보관들의 전문성, 기상청 내부 비리 등 청렴도 문제, 기상청의 불필요한 외부 용역 사업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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