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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불법 파견’ 파리바게뜨 이번엔 상습 폭언 드러나

ㆍ제빵사에 SNS로 욕설…노조 활동 중지 압박도

“이기적인 XX” “토 달지 말고 하라는 거 똑바로 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이 제빵기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법적 고용관계를 맺지 않은 파리바게뜨가 협력사 소속 제조·제빵기사들의 노무에 직접 노골적으로 관여해온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26일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이 제조기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메시지를 보면, 본사 관리자는 올 여름 협력업체 소속 20대 여성 제빵기사에게 “이기적인 새끼 그냥 알아서 해” “앞으로 주임님으로 깍듯이 대하고 토달지말고 하라는 거 똑바로 해, 힘들다 어쩐다 하지 말고” “정 못하겠으면 나가. 정신 똑바로 차려” “말이 점점 싸가지가 없어지네” “다음달부터는 내 눈에 안보였음 좋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메시지가 오가던 무렵 본사 관리자는 노동부 근로감독 때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 요령을 설명하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리고 “톡 지우고”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현재 파리바게뜨 전국 3200여개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조·제빵기사 5378명은 파리바게트 본사가 고용한 것도, 가맹점이 고용한 것도 아니다. 이들은 파리바게뜨와 업무협정을 맺은 11개 협력업체 소속이다. 그러나 빠리바게트가 브랜드 품질을 관리한다며 제조·제빵기사들의 인사·노무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노동부는 법에 따라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성기 노동부 차관은 “반드시 기한 내인 25일 안에 시정명령(직접고용)을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을 봐서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고 한 상태다.

본사에서 품질을 관리하는 파트장이 지난달 제빵기사 ㄱ씨를 찾아가 노조 활동을 하지 말라고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현행법상 형사처벌이 가능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이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파트장은 ㄱ씨에게 “인천의 그 친구(현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가 전국적으로 기사에게 뿌려서 노조를 결성하고 있다. 본사도 인지하고 있다”며 “나도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에서 뭐해줄 건데. 가입하면 빠이빠이야”라고 했다. 

이 대화가 이뤄진 지난 8월은 파리바게뜨 제조·제빵기사들이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에 가입해 ‘파리바게뜨 지회’를 만든 시점과 겹친다. 당시 파리바게뜨 노조는 1주일만에 가입자가 200명으로 불어날 정도로 제조·제빵 노동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었다. 이 의원은 “협력사의 문제라던 본사가 제빵기사들에게 노동부 근로감독 대응을 지시하고 업무지시를 넘어 상습적으로 욕설, 폭언을 하고 본사 차원에서 제빵기사 노조를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해왔다”며 “파리바게뜨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중지하고 불법적인 인력운영과 임금꺾기 등 부당한 처우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직원 아닌데...웹사이트에선 버젓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안내 페이지

고용노동부가 프랜차이즈 업체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도급계약을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5378명에 대해 직접고용을 지시하자, 파리바게뜨와 협력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해 ‘폭리’를 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이 ‘폭리’를 취했는지와는 별개로,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의 채용 페이지(www.parisbaker.co.kr)에선 협력업체 소속인지 한눈에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버젓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을 내세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확인한 채용페이지에는 ‘70년 전통, 제빵 노하우를 전수하는 파리바게뜨’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이라는 안내글이 올라와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안내 페이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안내 페이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안내 페이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안내 페이지 

링크를 눌러 들어가보면 수서교육장, 신도림교육장 등에서 교육을 받은 뒤 제빵기사가 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안내문 아랫부분에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파리바게뜨 제조기사는 협력사 소속 정직원’으로 돼 있다. 이 구절을 읽어야만 파리바게뜨 본사나 가맹점 소속이 아닌 ‘협력사 소속’임을 알 수 있다.  

‘회사 비전’ 소개 페이지에는 장기근속자 점포개설 지원제도,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 경조사 지원제도,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본사 창립기념일 기준 장기근속 포상제도 등의 후생복지 제도가 소개돼 있어, 협력업체와 파리바게뜨 본사의 구분이 모호하게 돼 있다.


“제빵사 직접 고용, 유예기간 둘 수 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ㆍ노동부, 협력업체 반발 진화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의 불법파견 결정에 대한 협력업체와 재계의 반발에 대해 제빵기사 직접고용 지시는 문제 없지만, 시정명령 이행은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25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78명에 대해 본사의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직접고용을 지시한 절차와 배경을 설명했다. 이 차관은 “파리바게뜨가 반드시 기한 내인 25일 안에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을 봐서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파리바게뜨 본사와 해결 방안을 논의할 여지가 있으며, 중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 발전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린 뒤 업계 2위인 CJ계열 뚜레쥬르 등으로도 불법파견 판정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선 “특정 업체의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어디든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자율적으로 개선 노력을 한다면 이를 감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불법파견 판정과 직접고용 지시는 정당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본사가 채용·승진을 비롯해 인사·노무관리 전반을 맡아온 반면에 협력업체는 연장근로나 휴가 신청을 승인하는 정도에 그쳤으므로 본사를 실질적인 고용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재계 주장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명령은 파리바게뜨에 국한된 것이고, 합법적인 도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