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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공영방송 파업 50일]출구 보이는 MBC, 강도 높이는 KBS…이번주가 고비

ㆍMBC 노조 ‘2012년 빈손 복귀’ 교훈 삼아 ‘최고 강도’ 파업
ㆍ김장겸 사장 수사·구여권 이사들 잇단 사퇴에 해결 실마리
ㆍKBS 사측 보복성 조치 계속…노조는 간부 파업 참여 독려

[양대 공영방송 파업 50일]출구 보이는 MBC, 강도 높이는 KBS…이번주가 고비

양대 공영방송의 파업이 23일로 50일째를 맞았다. 2012년 이후 5년 만의 장기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양 방송사 모두 뚜렷한 성과 없이 빈손으로 업무에 복귀해야 했던 2012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MBC는 파업 성공을 목전에 뒀고 KBS도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이번주가 파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출구전략 고민하는 MBC 

언론노조 MBC본부는 파업 50일 만에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조는 170일간의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도 정치권의 약속만 믿고 빈손으로 업무에 복귀했던 5년 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최고강도’의 파업을 벌였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 간판 프로그램이 8주째 전파를 타지 못한 것은 물론 추석 연휴 때 특집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편성하지 못했다. 라디오에서는 두 달째 DJ 목소리가 사라진 채 음악만 송출되고 있다. 기술국 광고송출 전문인력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9월 초에는 하루 동안 TV 광고송출이 전면 중단되기까지 했다. MBC의 지난달 광고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160억원대로 떨어졌다. 

뉴스 파행도 이전 파업 때보다 심각했다. 방송시간을 대폭 줄인 것은 물론 아침저녁 뉴스를 녹화방송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21일부터는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가 결방을 시작했다. 주중 미니시리즈 결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주제작사와 출연자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드라마가 파업으로 인해 멈추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바깥의 기류도 이전과는 다르다. 김 사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의 비판적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려 한 사실을 국정원 개혁위가 확인하면서 김재철 전 사장까지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구여권 추천이었던 유의선·김원배 이사가 잇따라 물러나면서 방문진 이사회 구조가 바뀔 판이다. 김 사장 해임안이나 고 이사장의 불신임안이 처리될 수 있는 의결정족수가 확보된 것이다. 노조가 머지않아 업무에 복귀할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투쟁 정비하는 KBS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온 KBS 쪽 상황은 조금 다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투쟁 강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KBS 이사회에서도 이달 들어 구여권 추천 김경민 이사가 사임하는 등 변화가 감지됐다.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방문진처럼 이사회가 와해 직전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방송도 정규 프로그램이 상당수 결방되고 있지만 MBC에 비하면 그런대로 굴러가고 있다. 일선 PD 일부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고, 간부급 중심으로 제작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피선데이> <해피투게더> 등 한동안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달부터 정상방송을 시작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KBS노동조합(1노조)은 지난달 말 총파업을 기자·PD·아나운서 직군만 참여하는 지명파업으로 전환했다. 사측이 총파업을 지지하는 라디오 진행자를 교체하고, 제작진 모두가 파업에 참여한 프로그램은 없애버리는 등 보복성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노조는 지난 추석 연휴 이후 간부급들의 파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편성됐던 각종 특집프로그램 방송을 무산시키는 등 투쟁 강도도 대폭 끌어올렸다. 스포츠국 기자·PD들이 대부분 파업에 동참해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편성됐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발전 중계도 무산됐다. 지난 17일에는 라디오 대체 MC 등으로 투입됐던 성우 22명 전원이 이례적으로 새노조에 가입해 조합원 2100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성재호 새노조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은 인사권도 행사하지 못할 정도”라며 “KBS를 관리감독해야 할 이사들이 이 사태의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앞으로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을 추가 공개하는 등 또 다른 단계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이사 선임·국감 이번주 줄줄이 

양대 공영방송 파업은 이번주 중대기로를 맞는다. 이르면 이번주 중반쯤 여당 추천 보궐이사 2명이 방문진에 선임돼 여야 구도가 정반대로 뒤집힌다. 2013년 국회 방송공정성특위에 참여했던 야당 추천 언론학자 등이 새 보궐이사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사장 해임, 고 이사장 불신임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노조는 업무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고 이사장의 퇴진이 빨라질 수도 있다. 고 이사장은 이미 자진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게다가 방통위는 25일부터 이틀간 방문진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번주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양대 방송사 측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26일 KBS 국정감사에서는 고 사장과 이 이사장의 거취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는 고 이사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가 관심사다. 이날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방송 공정성에 관한 질의를 받는다. 자유한국당은 참고인으로 결정된 김세의 전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에게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해 질의하며 공세를 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