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본사가 두려운 ‘을’
ㆍ밀려난 동네 빵집 “점주들 출혈경쟁 고통…동료로서 안타까워”
“거 왜 고생하는 애들 돈을 안 주고 그랬노.” 온 가족이 둘러앉은 추석 식사 자리에서 형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동생은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로 난리가 난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주다. 할 말은 많았지만 동생은 “잘 될 겁니다”라며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판정은 가맹점주들에게 날벼락이었다. 지난달 30일 경향신문과 만난 이재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53)은 “불법파견 명령이 나와 당황스러웠고 면이 서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는 매달 제빵·지원기사 인건비 명목으로 1인당 약 300만원을 낸다. 그러니 “우린 줄 몫을 줬다”며 억울하다는 점주가 적잖다. “몰랐다”는 변명이 궁색한 줄 알지만,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빵기사의 노동조건을 법에 맞춰 바꾸면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묘안을 짜내고, 본사와 가맹점·협력업체·제빵기사의 ‘4각 관계’ 속에서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당신이 왜 본사를 대변하느냐’, ‘본사는 가만히 있는데 가맹점주협의회가 왜 나서느냐’는 안팎의 손가락질을 무릅쓰고 이 회장이 고용노동부와 국회 토론회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야기해줄 목소리가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 ‘감시’가 두려운 사장님들
가맹점주들은 가게를 가진 ‘사장님’이지만 본사 앞에서는 ‘을’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가게 주인이지만 협력업체를 상대할 때는 고객이다. 이 회장은 “내 형제도 ‘일을 시켜놓고 애들 돈을 안 줬느냐’고 묻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겠나”라고 말했다. 처지는 달라진 게 없는데, 가맹점주를 보는 눈들은 ‘영세 자영업자’에서 불법파견 ‘가담자’로 바뀌었다. 점주들은 입을 모아 “잘못됐다는 걸 몰랐다. 빵 만들 줄 몰라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으니 불법파견인지 합법적인 도급인지 따질 필요를 못 느꼈다”고 말한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에 가맹점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제빵기사 임금 문제보다 본사에 더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본사와 점주는 같은 브랜드 빵을 팔면서 한배를 탔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엇갈릴 때가 적지 않다. “본사가 공급하는 식용유 한 통이 7만8000원이에요. 도넛을 튀기다 보면 팥이 새거나 튀김조각이 뜨는 경우가 있는데, 걷어내고 쓰면 되거든요. 그래도 본사는 어떻게든 빌미를 잡아서 기름을 갈게 해요.” 이 회장이 전한 속사정이다.
빵 재료뿐만 아니다. 파리바게뜨는 1년에 300개 넘게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되도록 각 점포에 신제품을 많이 깔아 소비자 반응을 보려 한다. 하루 매출에 목숨을 건 점주들은 본사처럼 긴 안목을 가질 여유가 없다. 손님이 찾을지 안 찾을지 모르는 ‘마롱크림브레드’를 늘리기보다 찾는 사람이 확실한 ‘단팥빵’을 까는 게 낫다.
노동부는 본사가 제빵기사들의 일을 날마다 감독하고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불법파견’이라 판정했다. 본사가 제빵기사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제빵기사가 빵 생산 업무 전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빵을 만들 줄 모르는 가맹점주는 빵에 들어가는 재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히 모른다. 각 점포 빵 생산을 도맡아 냉동생지나 원·부자재 주문을 전담하는 것은 제빵기사의 일이다.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QSV)는 제빵기사들을 통해 신제품 물량을 늘리라고 독촉하거나 “점주에게 매장에 신제품을 깔아야 한다고 얘기하라”고 지시한다. 제빵기사 정혜미씨(34)는 “품질평가 하는 날이 되면 QSV가 ‘잘 안 나온 빵은 숨겨라’, ‘신제품 주문을 넣어라’고 기사들을 들볶는다”고 했다.
■ “편법 없으면 점주들은 손해”
“(가맹점주가) 손해를 안 보려면 정말 애를 많이 써야 해요. 본사 방침을 거스르지 않는 한도 안에서 편법을 쓸 수밖에 없어요. 원가와 판매가, 인건비 따져보면 매장을 열 때 예상했던 것처럼 돈을 벌지는 못하거든요. 본사가 쓰라는 재료만 쓰면 절대 이익이 안 나요.” 협력업체에 소속돼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카페기사 ㄱ씨(34)가 보기에도, 가맹점주가 본사의 요청을 그대로 따르면 남는 게 없다.
본사가 자신들이 고용하지 않은 제빵기사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제빵기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맹점주들은 제빵기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점포의 이익보다 본사 이익이 더 노골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멀쩡한 식용유가 더 자주 바뀌고, 안 팔리는 신제품이 매대에 깔리고, 냉장고에 쌓이는 블루베리는 늘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다.
서울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ㄱ씨는 “(본사 직고용은) 본사 상시 감시체계가 공식화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본사에서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한번 들르는데, 앞으론 내가 언제 출근했는지, 매장 관리 상태는 어떤지, 어떤 코너가 비었는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생기는 꼴 아니냐”고 말했다. 본사가 개별 가맹점의 생사여탈을 좌우할 여지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돈 문제도 간단치 않다. ‘본사 인건비가 느는 걸 가맹점주가 왜 걱정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본사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점주들의 요청을 사사건건 거부할 수도 있다. 본사가 ‘돈 없다’고 버티면 가맹점 마진율이나 영업시간 조정을 다루는 협상 테이블에서 가맹점주의 입지가 좁아진다.
최근 본사는 완제품(공장에서 만들어오는 제품) 8%, 냉동생지(굽기 전 단계의 반죽 상태) 18%까지 마진율을 올려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 대신 내년부터 출시되는 완제품 빵값 마진율을 8%로 올리고, 냉동생지 마진율 인상폭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 회장은 “본사가 어려우면 가맹점주도 힘들고, 가맹점주 장사가 안되면 본사도 어려워진다. 입장이 달라도 본사의 재무건전성은 가맹점주에게도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터졌을 때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 먼저 나온 얘기는 ‘가맹점주 직고용’이었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내는 돈보다 애들이 적게 받는다. 그럴 바에 돈을 올려주고 우리가 고용하자” “본사가 내는 지원금액을 협력업체가 아닌 가맹점으로 돌리면 인건비 부담도 준다”는 얘기였다. 제빵기사 한 명을 쓰는 데 드는 돈은 사실 큰 쟁점이 아니다. 이미 점주들은 제빵기사 한 명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협력업체에 주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지원기사 문제다. 지금은 제빵기사가 쉬는 날이면 매장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근무하는 지원기사가 빈자리를 메운다. 그런데 가맹점주가 직접고용을 하면 그 빈자리를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대체 기사를 한 명 더 쓰거나 점주가 직접 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가맹점 약 3500곳 중 ‘빵 만들 줄 아는 빵집 주인’은 190여명에 그친다. 빵을 구울 줄 몰라도 빵집을 열 수 있게 했던 것이 파리바게뜨 흥행의 한 축이었는데, 고용 문제에서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 “차라리 내가 구워볼까”
그렇다고 대체 인력까지 가맹점이 고용하기에는 대개들 사정이 빠듯하다. 경북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김인성씨(39)는 지난해까지 제빵기사와 함께 일했지만, 올해부터 혼자 빵을 만드는 ‘점주기사’가 됐다. 제빵기사는 오후 4~5시면 퇴근할 수 있지만 사장인 그는 오전 7시에 빵을 굽기 시작해 오후 11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청소를 하고 다음날 제품을 준비하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겨 집에 간다. 그는 자기 점포를 열기 전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협력업체에 소속된 제빵기사로 10년 넘게 일했다. 그나마 기술이 있어 인건비라도 아낄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봐야 할까. 그때나 지금이나 “불법인 줄 몰랐던 건 똑같다”는 그는 “본사나 가맹점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제빵기사 일자리를 안정되게 하자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매장에서는 숙련된 일손이 당연히 환영받는다. 이 회장은 “신입이 빵을 태우는 것보다 솜씨 좋은 기사가 오래 근무하는 게 가맹점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맹점주들은 제빵기사 인건비를 올리라고 본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매장 물량의 규모에 따라 가맹점주는 한 등급에 인건비 25만원을 더 내는데, 제빵기사가 받는 돈은 7만원 차이뿐”이라며 “제빵기사도 등급별로 20만원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5300여명이나 되는 인원을 전국에서 불법적인 형태로 고용한 것은, 파리바게뜨가 너무나 큰 회사였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들을 불법파견 노동자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이 회사가 그렇게 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갑질’ 논란은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거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의 문제다. 불법파견과 양산형 기술을 토대로 이룬 파리바게뜨의 성공 뒤에는 제빵기사의 눈물만 있는 게 아니다. 프랜차이즈의 시장 잠식에 밀려난 동네 빵집들도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골목상권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동네 빵집 사장들은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볼까.
서울 은평구에서 빵집 ‘브리아몽’을 운영하는 신흥중씨(65)는 17살 때부터 빵을 손에 잡았다. 경력 48년, 지금의 빵집 자리를 지켜온 지도 어느덧 22년째다.
긴 세월 동안 그는 주변에 수많은 빵집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친구처럼 지내던 이웃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섰다. 자기 이름을 내리고 프랜차이즈 간판을 다는 곳도 있었다. “저도 겪었지만,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는 빵집 사장들을 찾아와서 자기네 상호로 바꾸라고 그랬어요. 내 기술로 내 빵 만들고 싶다고 거절하면 한 집 건너 자리에 들어와버려요. 인정사정 없으니 결국 손 들고 ‘파바 하겠습니다’ 하는 거죠.”
■ ‘공룡 빵집’의 그늘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시달린 세월만 20년이 훌쩍 넘지만, 신씨는 동료였고 경쟁자였을 빵집 사장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했다. 그는 “문을 닫고 싶어도 퇴직금을 싹 털어넣은 탓에 그러지 못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며 “감가상각비 갉아먹으며 버텨왔지만, 폐점을 하는 곳이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동네빵네 협동조합’의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주변 빵집들의 사정을 잘 안다. 영업지역 안에 출점을 해 같은 브랜드끼리 출혈경쟁을 하는 경우도 적잖이 봤다. 물량 밀어내기, 유통마진 폭리, 재계약 횡포 같은 프랜차이즈의 갑질을 당하는 사람들이 그에겐 다 동료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타산이 안 맞아 문을 닫으려 하면 본사는 그 매장을 다른 사람한테 넘겨요. 가게는 그대로인데 사장만 바뀌는 겁니다. 오는 사람마다 손해를 봐요. 서민끼리 폭탄 돌리기를 하는 사이, 본사는 돈을 버는 거지요.”
파리바게뜨 점주들을 보는 신씨의 감정은 경쟁심보다는 연민에 가깝다. 그는 “직원들 인건비가 매출의 35~40%를 차지한다. 이걸 감당하려면 빵값을 올려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조차도 임대료 부담 때문에 “내년쯤엔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 효자동 김용현베이커리에서 만난 제빵기사 손세영씨(38)는 “대한민국 어딜 가든 이 일은 똑같이 힘들다”고 말했다. 손씨는 파리바게뜨 등 여러 제과점에서 15년간 제빵기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지금 일하는 곳으로 스카우트돼 왔다. 다른 직종에 비해 이른 출근, 매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근무시간, 잘 지켜지지 않는 추가 수당이나 휴무일 등은 동네 빵집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손씨의 고용주인 김용현씨(62)는 44년 경력의 대한민국제과기능장이다. 김씨는 “한 달 6일 휴무를 보장하고, 추가 근무도 꾸준히 줄여 주5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빵기사 6명에는 사장 본인도 포함된다.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지원기사로 휴무인력을 대체한다면, 동네 빵집에서는 가게 주인이 휴무인력의 빈자리를 메우는 식이다.
손씨는 5년 뒤 자기 가게를 내는 게 꿈이다. 동네 빵집에서는 빵 굽는 이들이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발효시키고 구워내는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빵에 녹이고, 고객들의 반응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동네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특권이다. 손씨는 “5년 된 기사와 한 달 된 기사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인 프랜차이즈에서는 미래를 길게 짜기 어렵기 때문에 내 빵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은 개인 빵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씨도 프랜차이즈 제빵기사들에게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적극 공감을 표했다. “SPC 삼립 성남공장에 1000명 넘게 일했었는데 지금은 자동화 때문에 300명 정도라고 들었어요. 용역업체가 챙겨가는 수입도 적지 않을 텐데, 정직원으로 신분을 보장해 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 “젊은 친구들한테 미안하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협동조합, 본사·가맹점주·협력업체 3자 합작회사 등 대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초 이들은 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협동조합 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시했으나 노동부는 “제빵기사들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협동조합이든 합작회사든, 본사 직고용이 아닌 다른 방안은 모두 제빵기사 5300여명의 동의를 거친 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빵기사들이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 본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면서 “노조 가입 여부를 떠나 모든 제빵기사의 의견을 확인해야 한다. 직고용을 원하는 제빵기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검찰에 업체를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은 각자도생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간 점주기사 확대를 반대해온 본사도 근래 입장을 바꿨다. 제빵기사들이 받는 10주 교육을 희망하는 점주들에게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본사가 그간 점주기사를 반기지 않았던 것은 ‘제품의 균일성 유지’와 관련이 있다. 생지 120g과 밤 180g이 들어가는 밤 식빵을 구울 때, 가맹점주는 밀가루 비율은 높이고 밤 비율은 줄여 재료값을 줄이려는 유혹에 놓인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가맹점주들은 기존에 1년 6회이던 정기검사를 더 늘리는 데 합의했다. 본사 감시를 늘리면서까지 직접 제빵기사가 되겠다고 나선 가맹점주가 약 1000명에 달한다고 본사는 추산한다. 그만큼 각 가맹점에서 필요한 제빵·지원기사 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제빵기사 파견 체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본사도 점주기사를 장려했다. 인력을 따로 공급할 만큼 가맹점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얘기다. 1994년 일하던 의류 회사에서 나와 파리바게뜨를 시작한 이중희씨(56)는 당시 전국 99번째 가맹점주였다. 이씨는 40일간 본사에서 나온 QSV에게서 교육을 받고 점주기사로 일했다. 점주가 알아서 제빵기사를 고용하게 한 적도 있었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자리 잡은 제빵기사 파견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됐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씨는 “가게를 시작할 때 전체 빵집 브랜드 중 4등이었는데 3등, 2등, 1등으로 앞서는 걸 보면서 자부심으로 장사해왔다. 그 자부심이 불법에서 생긴 것이었다니, 젊은 친구들(제빵기사)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속이 탄다. 이재광 회장은 숱한 프랜차이즈 분쟁을 겪으며 ‘을의 싸움’을 지켜봐왔다. 비단 빵집만의 일이 아니다. 그는 본사-가맹점주 갈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파국을 맞는지, 벼랑 끝에 몰린 가맹점이 어떻게 바스라지는지 안다. “본사가 안 좋은 일로 입에 오르내리면 그 피해는 가맹점주가 입는다”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분쟁에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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