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이야기](3) 빵이 ‘아웃소싱’된 까닭은···IMF가 부른 기형적 고용구조

홍진수·조형국 기자 soo43@kyunghyang.com

입력 : 2017.11.07 21:30:00 수정 : 2017.11.08 11:03:05

고용노동부가 국내 최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21일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점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언론에 협력업체 사장을 전부 파렴치범이라고 말했잖아. 또 파리바게뜨 원청이 법을 피해가기 위해서 중간에 협력업체 사장들 세웠다고도 했잖아. 그건 우리가 핫바지 사장이란 얘기지. 우리가 18년간 얼마나 쎄빠지게 일했는데, 우리가 분기별로 법인세를 얼마나 내는데. 핫바지면 우리가 세금을 왜 내냐, 파리바게뜨 원청에서 다 내지.” 

대구·경북 지역에 제빵기사들을 공급하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도원’의 함경한 대표(56)는 지난달 25일 어렵게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는 “파리바게뜨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적대적 시선이 가득한 상황이니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으로 비칠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결심한 뒤에는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지적한 ‘폭리’ 문제에 대해서는 “해마다 대구 시내에 빌딩 한 채씩을 짓거나 살만큼 돈을 벌어갔다는 것인데, 어느 원청이, 어느 가맹점주가 그렇게 돈을 가져가게 내버려뒀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도원’의 함경한 대표(가운데)가 지난 9월25일 경기도 성남시 국제산업 사무실에서 다른 협력업체 대표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불법파견을 시정하고 직접고용을 지시한 뒤, 20년 가까이 제빵기사들을 고용해 가맹점에 보내오던 협력업체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판이 됐다. 파리바게뜨의 지시에 따라 인력공급만 하는 ‘바지 업체’라는 비난도 따라왔다. 대부분 파리바게뜨 본사 출신인 협력업체의 사장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협력업체는 정부와 파리바게뜨 본사, 가맹점들 사이에 끼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이번 사태에서 목소리가 가장 작아진 협력업체의 말을 어렵게 들어봤다. 이런 인력공급 업체의 시작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아웃소싱 사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목소리가 작긴 했지만 협력업체도 할 말은 있었다. 실제로 사정을 들어 보면 대부분 본사 퇴직자들이 경영하는 협력업체들은 이 사회의 ‘갑’이라 부를만한 기득권층도 아니고, 함 대표 말마따나 돈을 쓸어담는 갑부들도 아니다. 함 대표는 인터뷰를 하면서 파리바게뜨 본사를 ‘원청’이라 불렀다. 가맹점 점주들과 계약을 맺고 인력을 공급하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여전히 파리바게뜨가 원청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 빵은 어떻게 ‘아웃소싱’ 되었나 

파리바게뜨는 빵을 만들어 파는 회사다. 그러나 정작 빵을 만드는 ‘제빵기사’는 핵심 인력이 아니다. 그들의 소속을 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노동부가 직접고용을 하라고 한 5300여명 제빵·카페기사 대부분은 11개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각 가맹점에 파견을 가서 일한다. 본사가 고용한 기사들은 몇 안 된다. 20년 전부터 제빵기사의 업무를 ‘아웃소싱’ 즉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아웃소싱의 목적은 ‘핵심이 아닌 지원업무’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전반적인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빵 만드는 회사에서 제빵기사는 일찌감치 아웃소싱 대상이 됐다. 빵을 만드는 업무는 핵심이 아니라고 회사 스스로 선언한 셈이다. 

파리바게뜨가 처음부터 제빵기사들을 협력업체에 맡긴 것은 아니다. 원래는 제빵기사들이 본사 소속 인력이었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처럼 파리바게뜨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전략을 바꿨다.

함 대표는 1997년 당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산하 파리크라상의 총무·인사팀장이었다. 함 대표는 “청소나 빌딩관리 같은 아웃소싱은 그 전에도 많았지만 본격적인 아웃소싱은 (1997년) LG의 한 계열사가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때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어 “파리크라상의 모기업인 샤니의 노무부장을 하다 퇴직한 정홍 현 국제산업 대표에게 처음 (협력업체) 일을 맡겼다”며 “정홍 대표가 아웃소싱의 골격을 많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1997년 이전만 해도 아웃소싱과 비정규직은 한국사회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1997년 11월 김영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는 조건을 수용했고, 이듬해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국회에서 ‘근로자 파견법’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고용구조를 송두리째 바꾼 ‘파견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수단으로 아웃소싱을 활용했다. 중소기업들도 부지런히 뒤따랐다. 삼성물산은 총무·복리후생 부서를 독립시킨 ‘편리한세상’을 만들었다. LG전자는 휴먼풀, 삼성전자는 스탭스를 각각 분사형태로 떼어냈다. 무선통신기업들과 금융기업들은 주로 고객상담 업무를 파견근로 형태로 아웃소싱했다. SK텔레콤은 고객상담업무를 모두 외부 회사로 돌렸고, KTF는 콜센터 전문업체에 전국의 고객상담 업무를 맡겼다. 

파리바게뜨는 한발 더 나아갔다. IMF 이후 시장에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제빵기사 아웃소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리바게뜨는 원하는 사람이라면 제빵 기술 없이도 가맹점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본사 소속 제빵기사만으로는 날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학원을 운영해 제빵기사를 양성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 가맹점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본사에서 관리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때 나온 ‘묘안’이 아웃소싱이었다. 협력업체를 통하면 전국 곳곳에 있는 가맹점에 제빵기사들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었다. 협력업체 운영은 파리바게뜨의 퇴직자들에게 맡겼다.

■ “우리도 할 말 많다” 

함 대표도 회사의 권유로 2000년 퇴직금을 가지고 도원을 시작했다. 그가 원해서 인력공급에 나선 게 아니라, 일하던 회사의 필요성 때문에 협력업체를 차렸던 것이다. 그는 “경상도에 인력을 공급할 협력업체가 필요한데 한번 해보면 어떠냐고 (회사에서) 제의가 왔다”며 “처음 대구에 내려왔을 때는 3개월에 한번씩만 경기도 분당 집에 갈 정도로 미친 듯이 일했다”고 말했다. 현재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 중 3곳은 전문적으로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이고, 8곳은 본사 퇴직자들이 운영한다. 

그는 “제빵기사 파견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의 특징은 그 업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전국 어디에서도 똑같은 제품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함 대표는 “(업종에 대한 지식이 없는)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들을 각자 채용하기도 어렵고, 채용한들 파리바게뜨만의 특수한 교육을 시킬 방법이 없어 협력업체가 대행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달 “협력사가 제빵기사 1인당 월평균 600만여 원의 돈을 가맹점주와 본사로부터 받았지만 노동자에게는 200만원 정도의 월급밖에 주지 않았다”며 “협력업체가 떼어가는 돈이 39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함 대표의 말은 다르다. “600만원 받아서 월급 230만원 주고 나머지는 일반 관리비로 쓴 뒤 협력업체 사장이 1인당 용역비로 100만원씩 가져간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이해가 가느냐”며 “우리 제빵기사가 780명인데 1인당 (수수료로) 100만원씩 받으면 내가 열 달만 일해도 78억원을 번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들도 다 뻔히 보면서 계산을 해볼 텐데 협력업체가 그 큰 돈을 가져가게 내버려두겠냐”고 덧붙였다. 

함 대표는 “우리 직원들에 대한 수수료는 월 평균 6만4000~6만7000원 정도”라며 “인력공급업은 관례적으로 수수료 비용이 용역공급료의 10~12%인데 우리는 2% 정도 밖에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수수료로 들어오는 월 4000만원 가량으로 운영비, 나와 사무실 직원 3명의 인건비, 세금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며 “모든 하청업체들이 다 그렇듯이 ‘딱 죽지 않을만큼’만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몇몇 가맹점주들은 “우리도 협력업체 사정을 잘 아는데, 그리 쉽게 돈 벌리면 다 협력업체 하려 하지 않겠느냐”며 ‘폭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사쪽에서 흘러나온 얘기에 따르면 올초에도 협력업체를 운영하던 2~3명이 사업을 접었다. ‘사람 관리하기 힘들어서’였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지난 9월21일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점포에서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파견’ 고집하는 까닭은 

파리바게뜨의 파견 구조는 이 회사의 성장과정과도 연결돼 있었다. SPC그룹의 홍보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제빵업계의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 ‘갓 구운 빵’ 컨셉트로 반제품, 생지(밀가루 반죽), 생크림케이크 시트를 공급한 뒤 제빵기사가 뒷공정만 해서 파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완전히 만들어진 빵을 팔기만 하거나 혹은 매장에서 몽땅 만들어 파는 빵집이 아니라 그 중간의 빈 틈을 파고든 것이 파리바게뜨였다. 전문적인 기술자라 하기엔 ‘반반’ 걸쳐진 제빵 노동의 특수성에 사회 전반의 파견·아웃소싱 구조가 합쳐진 것이었다. 제빵기사들이 “기술은 기술인데 온전히 내 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본사는 IMF 위기 이후 각 지역에서 창업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수백억원의 비용 문제를 들고 있지만, 본사가 직접고용을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당장의 인건비가 아닌 ‘노동 유연성’ 문제다. 직접고용을 하면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을 때 손 터는 식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없다. 가맹점 계약은 최초 3년 이후 1년씩 재계약을 할 수 있다. 반면 고용계약은 정년퇴직까지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경기를 많이 탄다. 가맹점 수가 줄면 필요한 제빵기사 숫자가 줄어드는데, 한번 늘려놨다가는 가맹점들이 급감할 경우에 대책이 없어진다. 현재 본사가 직영하는 점포는 40여곳뿐이다.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근거는 본사가 매장의 제빵기사들 업무를 일일이 감독하고 지시했다는 점이었다. 본사 관계자는 “매장과의 직접 소통 채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본사는 신제품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차원의 노력을 해야 하고, 그 부담을 매장에 상주하는 제빵기사가 받게 됐다”고 인정했다. “본사의 지휘감독이 과했다는 것인데, 매장에서 늘 근무하는 사람은 제빵기사와 판매사원이다. 어느 매장인들 가맹점주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영업관리 사원을 해봤다. 신제품이 어떻게 진열됐는지 알려면 결국은 매장 직원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는 “그러다 보니 이직률이 높아지고, 그러면 빠진 자리를 대체 인력이 메우게 되는 악순환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직고용을 하라고 노동부는 지시했지만, 본사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성’을 당국이 모른다고 줄곧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품질 유지관리는 지속적으로 본사에서 참견을 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불법파견으로 봤지만 공정거래위원회도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 본사의 입장에 ‘제빵기사’는 없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가맹점이 대폭 줄어 제빵기사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다. 본사 관계자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가맹점 수는 몇년 째 계속 늘어왔고, 제빵기사는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사람을 줄일 걱정보다 ‘늘릴 걱정’이 항상 앞섰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청년 실업률과 구직난이 파리바게뜨 고속성장과 맞물려, 저렴한 비용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인력을 대거 불법파견 형태로 활용할 수 있었다. 

직접고용을 하면 본사가 인건비로 얼마를 더 써야 하는지는 불확실하다. 본사가 제대로 된 추산치를 내놓지도 않았다. 직영점에서 일하는 본사 소속 제빵기사의 임금과 견줄 때 약 574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본사 소속 3년차 제빵기사 임금과 협력업체 초임 기사의 임금을 비교한 것이었다. 직접고용 대상인 5300명의 근속연수를 세분화해 계산했을 때 본사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아직 모른다.

지난 6월 불법파견 문제가 처음 공론화되고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나오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그 사이 본사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정부를 찾아간 것은 가맹점주들이었다. 지난 8월22일 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점주·본사·협력업체가 틀을 짜고 제빵기사들이 조합원으로 참가하는 ‘협동조합’ 안을 들고 노동부로 갔다. 가맹점주들은 협동조합에서 제빵기사 임금이나 휴무 같은 문제를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조합원인 가맹점주나 제빵기사 인력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총회를 거쳐야 하는 등의 절차적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운영방안이 확실치 않았다. 

생계가 걸린 가맹점주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본사는 “직접고용을 하면 500억원이 넘게 든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여론이 불리해지자 가맹점주, 협력업체와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빵기사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파리바게뜨에 상생 방안을 낼 시간을 줬는데 갑자기 이해 관계자인 노조와 만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정지시를 내린 이상, 법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임영미 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협동조합이든 상생협의체든, 다른 방안이 가능하려면 제빵기사 개개인의 동의가 전부 필요하다”며 “동의 확인 절차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안 논의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으로 간 고용 문제 

지난달 19일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점주기사 교육을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제빵 기술이 없는 점주들이 직접 기술을 배워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공문에서 본사는 “경영환경·영업상황·가맹점주의 개인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성과 적합성이 모두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가맹점주가 BM(제빵·제조기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고 했다. 약 3400명 점주 중 ‘빵을 직접 굽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주가 1000명에 달한다고 본사는 파악하고 있다. 점주기사 교육은 이르면 이번달 중순부터 시작된다. ‘점주기사 교육’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향후 제빵기사 인력 수요를 더 빨리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와 가맹점, 제빵기사 모두 아우성이지만 이 모두의 원청인 본사는 현재로선 시간끌기에만 급급하는 것처럼 보인다. SPC그룹은 지난달 31일 정부를 상대로 직접고용 시정지시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직접고용 시한은 이달 9일이었지만 법원은 시한을 사흘 앞둔 6일 “11월 29일까지 시정명령을 잠정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정부의 시정명령이 적법한지는 재판을 통해 판가름 날 예정이다. 파리바게뜨는 기사들을 고용할 방안을 내놓는 대신에 법원으로 공을 넘긴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노동부 명령을 정지시킴으로써 일단 파리바게뜨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사회적 파장을 의식한 듯 “일부 언론 보도처럼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은 아니다”라면서 심문기일 같은 절차적인 문제가 있어 일단 잠정처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300여명의 일자리가 달린 공방이 장기화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사는 직접고용에 대해서는 한 마디 없이 ‘3자 합작회사’ 설명회를 하고 있다. 본사는 가맹점주들을, 협력업체들은 제각기 소속 제빵기사들을 상대로 직접고용이 왜 문제인지, 합작회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점주기사가 늘고 제빵기사를 추가로 고용하지 않으면, 현 인원의 휴무일을 기존 월 4.5일에서 6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근로조건이 개선되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고용안정도 담보된다”는 식으로 기사들을 설득한다.

협력업체들 중에는 당초 3자 합작회사 안에 반대하는 곳이 있었지만, 논의가 진전되며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한 대표는 “18년 동안 정말 성실하게 운영하고 키워온 회사”라며 “우리가 잘못했으면 과태료를 물거나 처벌을 받고 개선하면 되지 회사를 통째로 없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가 직접고용을 하든, 원청이 직접고용을 하든 ‘윈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이를 밀어붙이면 가맹점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본사는 효율성을 최고로 끌어올린 현 시스템이 깨지면 “지금보다 빵 종류가 획일화·단순화 돼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