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이 항공기 운항뿐 아니라 생물 종 보존에도 위협 요소의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종다리가 비행기와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공군 비행장 등 국내 11곳의 공항에서 수거된 116종(약 350건)의 ‘항공기 충돌 조류(bird-strike)’ 잔해를 유전자(DNA) 바코드로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비행기와 가장 많이 부딪힌 조류는 종다리(33건·10.86%)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다리 _ 환경부 제공
DNA 바코드 분석법은 유전자 단편을 이용해 생물 종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하는 방법으로, 동물의 털이나 작은 살점, 분변으로도 어떤 생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동물 DNA 바코드 연구에 주로 이용되는 유전자 부위(COI)의 염기서열 정보를 확보한 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서 공개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염기서열 정보와 비교해 종다리를 포함한 전체 충돌 조류 116종을 확인했다.
종다리 다음으로는 멧비둘기(18건·5.92%), 제비(16건·5.26%), 황조롱이(11건·3.62%), 힝둥새(9건·2.96%)가 많이 부딪혔다. 수리부엉이(3건), 솔개(2건) 등 멸종위기종 7종도 낮은 빈도(3.3%·10건)지만 항공기에 충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92건 수준이던 항공기 조류 충돌 건수는 2012년 160건, 2013년 136건, 2014년 234건, 2015년 287건으로 늘어 대체로 증가세에 있다.
연중 전국적으로 흔히 관찰되는 텃새인 종다리처럼 비교적 개체 수가 많은 종이거나 공항 인근과 같이 넓게 개방된 초지나 습지에 살기 적합한 종들이 항공기에 자주 충돌했다.
공항 주변의 먹이사슬 또한 조류 충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자원관이 2014∼2016년 수원 일대 공군 비행장에서 포획한 종다리, 황조롱이 등 주요 항공기 충돌 조류 12종의 먹이를 분석한 결과, 곤충 73%, 식물 19% 달팽이류 3%, 어류 0.5%, 양서류 0.5% 등의 순이었다. 공항 인근에 서식하는 식물이 곤충은 물론, 식물이나 곤충을 먹이로 삼는 조류를 이끌었고, 이는 다시 황조롱이 같은 육식성 조류의 유입을 불러온 것이다.
항공기에 조류가 부딪히면 생물 종 보존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엔진 고장 등 기체 손상을 유발해 운행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 연구 결과,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12억 달러(한화 1조3363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향후 항공기 충돌 조류의 생태적 습성을 파악해 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에서 조류 충돌 방지책을 세우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현재 각 공항에서는 소음이나 포획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조류 퇴치에 힘쓰고 있지만, 조류 충돌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자주 충돌하는 조류의 먹이가 되는 특정 식물을 먹이사슬 내에서 조절함으로써 최종 포식자인 새들의 서식까지도 줄이는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조류 200여 종을 비롯해 3000여 종의 동물에 대한 종 판별 유전정보를 확보한 상태”라며 “특히 조류 유전정보는 항공기 충돌 연구뿐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대응 방안 마련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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