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 일반환경영향평가 하겠다”···환경부 “평가서가 들어와 봐야 안다”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8일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당초 미측에 공여키로 한 성주 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4일 환경부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일반환경영향평가서는 별도로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도 이날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이 국방부 국방시설본부로부터 일부 사드 장비가 배치된 성주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요청을 받았다”면서 “환경영향평가법 절차에 따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배치 예정지인 성주기지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청와대는 “전체 공여된 부지 70만㎡가 사업면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여부지 전체 면적은 70만㎡이므로 소규모가 아닌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주민 의견 수렴 등 여러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미 발주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뒤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국방부에서 공여부지 전체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 협의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환경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가협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사드 환경영향평가
국방부는 사드기지 부지 면적이 32만여㎡이기 때문에 33만㎡이상일 경우 적용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신 절차가 간소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청와대가 주한미군에 최종적으로 공여되는 사드기지 전체 부지(70만㎡)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뒤 분위기가 변했다. 국방부는 28일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는 평가대행업체가 한다. 사업자가 업체에 용역을 발주한 뒤 환경영향평가서가 나오면 환경부에 제출한다. 환경부는 평가서를 검토한 뒤 미흡할 경우 수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최종적인 ‘협의완료’가 될 때까지 이같은 보완작업이 반복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초안·본안의 별도작성 여부, 평가항목, 주민의견수렴 등에서 차이가 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일반환경영향평가는 1년 이상 소요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선 일단 주민대표, 시민단체 등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 방법, 범위 등에 관해 심의한다. 이후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가 만든 평가서 초안을 공고·공람해야 하며 주민설명회도 거쳐야 한다. 또 30인 이상의 주민이 요구하면 공청회도 실시해야 한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평가항목의 숫자도 다르다.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자연생태환경(동식물상 자연환경), 대기환경(기상, 대기질, 악취, 온실가스), 수환경(수질, 수리·수문, 해양환경), 토지환경(토지이용, 토양, 지형·지질), 생활환경(자연순환, 소음·진동, 위락·경관, 위생·공중보건, 전파장해, 일조장해), 사회·경제환경(인구, 주거, 산업) 등 6개 분야 21개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반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자연생태환경, 대기질, 악취, 수질, 해양환경, 소음·진동, 경관, 전파장해, 일조장해, 인구, 주거, 산업 등 16개 세부항목만 평가를 하면 된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법에는 성주 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에 대한 평가항목은 없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체계의 배치로 영향을 받게 된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우려를 감안하여 관계 부처와 협조하여 해당 지역에 대한 적절한 지원 대책을 시행할 것이며 주민들이 원하는 경우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 검증과 공청회 등을 실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파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까지 담겠다는 것이다.
협의 절차 역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더 복잡하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완요청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평가서는 한 차례만 작성한다.
하지만 일반 환경영향평가에선 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과 환경부 의견을 모두 수렴해 본안을 따로 작성해야 한다. 이후 환경부와 다시 협의 과정을 거친다.
유형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환경영향평가는 그동안 사업 존폐를 가를 정도의 영향력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는 전체 평가대상의 1%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메모] 환경부, “사드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 결정 언론보도 보고 알아”
“범정부 TF 결정은 국방부에서 더 잘아는데요. 저도 언론보도 보고 TF 결정(내용)을 알았습니다”
28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 부지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범정부 합동TF에서 결정했다”고 밝힌 뒤 추가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건 기자에게 환경부의 ‘범정부 합동 TF’ 실무 담당자가 한 말이다.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관련 ‘범정부 합동 TF’는 지난달 7일 구성됐다. 국방부와 환경영향평가를 주관하는 환경부, 외교부 등이 참가해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정작 환경부의 ‘범정부 합동 TF’ 실무자는 “언론보도를 보고 범정부 합동TF의 결정(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환경부와 국방부는 동시에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먼저 국방부는 “미군에 공여키로 한 성주 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를 결정하기로 범정부 TF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그동안 사드 포대 부지가 32만여㎡이기 때문에 일반 환경영향평가(33만㎡이상)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청와대가 “미군에 공여된 부지 전체(70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정부내 기류가 변했고 국방부, 환경부, 외교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TF가 구성됐다. 국방부는 또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되,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 오던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환경부의 발표 내용은 국방부와 달랐다.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범정부 합동TF’의 논의와 결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대신 “지난 24일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이 국방부로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요청을 받았다”면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그러면서 “국방부에서 공여부지 전체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 협의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환경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가협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정부 합동 TF’에서 이미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지만, 환경부는 ‘협의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라는 애매한 전제를 달았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TF 내에서 확실히 합의가 된 것인지 재차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는 질문에도 환경부 담당자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범정부 TF의 논의과정이 어땠길래 환경영향평가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환경평가 결정내용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하는 것일까. 부처간 ‘한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데 시민들은 국방부의 ‘일반환경영향평가 후 배치여부 결정’을 맘 편히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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