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 북구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은 양산단층의 ‘가지’에 해당하는 장사단층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또 5.4규모의 지진 이후 더 큰 강한 지진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15일 긴급 언론브리핑을 갖고 “이날 오후 2시29분 경부 포항시 북구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 양산단층의 가지층인 장사단층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5.4규모의 지진이 ‘본진’(가장 강한 지진)이지만 더 강한 지진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후 1시간 동안 여진이 계속됐다. 양산단층이 꿈틀거리고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활성화되었음을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상청 관계자 역시 양산단층 활성화 여부에 대해 “학계에서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지진이 일단 발생한 만큼 그런(활성화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장사단층만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양산단층이 함께 움직인 것인지는, 그리고 왜 움직인 것인지는 앞으로 분석을 해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1978년부터 지진을 관측해 왔으며 지난해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날 때까지는 대규모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의 포항 지진이 역대 두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포항 지진이 발생한 시각은 15일 오후 2시29분31초, 진원의 깊이는 지표면 아래 9㎞다. 이후 포항 지역에서는 여진이 계속 이어졌다. 본진이 일어나고 3분 가량 지나 포항 북구 북쪽 7km 지역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어 북구 북북동쪽 9km, 북쪽 8km, 북북서쪽 7km 지역, 북쪽 7km 지역 등 에서 규모 2 이상의 여진이 오후 4시 무렵까지 7차례 이어졌다.
가라앉는듯 했던 지진은 오후 4시49분 다시 강해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Km 지역에서 발생한 여진은 규모 4.3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주지진 때 5.1 규모 지진이 ‘본진’일 거라 생각했으나 이후 여진이 계속되다가 다시 5.8 규모 지진이 발생해 5.8 규모 지진이 본진이 됐다”면서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해) 5.4규모 지진이 전진(본진 이전의 지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주 사례에 비춰볼 때 더 강한 지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진의 규모는 지진파로 인해 발생한 총에너지의 크기를 의미하며, 리히터 규모라고도 불린다. 이번 지진 규모는 5.4로 지난해 경주 지진에 비해 0,4작지만 에너지는 당시에 비해 1/4 수준이다. 규모가 1만큼 크면 에너지 크기는 대략 10배에 달한다. 지진 규모가 지난해 경주 지진에 비해 약했는데도 시민들의 충격 체감도가 높았던 이유는 깊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의 진원은 지표면으로부터 9㎞ 밑에 있다. 진원 깊이가 얕을 수록 지진의 충격은 더 크다.
■“양산단층 움직이나”
지난해 경주 지진이 양산단층대와 평행한 덕천단층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주목을 받았던 부경대 지구환경학과 김영석 교수는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의 메인층이나 가지층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한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던 지난 30여년 간 양산단층이 활성화하는지는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지난해 경주 강진 이후에는 활성화 쪽으로 기울었다. 김 교수는 “양산단층의 활성화는 지난해 지진으로 증명된 셈이며, 문제는 어느 정도로 활성화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단층대에는 경주와 울산, 포항같은 대도시가 있으며 고리와 월성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양산단층 일부가 깨지면서 포항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포항 지진은 대형 지진의 전조현상일 수 있다. 전북대 오창환 교수는 “큰 단층 주변에는 곁가지 단층들이 많이 있으며, 진앙지가 양산단층을 살짝 지켜간 지점에 있는데 양산단층에서 뻗어나온 단층의영향을 받았을 수 있으며,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번 포항 지진과 경주 지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와 이어져 있는 것인지, 전 지구적으로 단층이 활성화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선 학자들마다 견해가 엇갈린다. 오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봐, 이 지역 땅밑의 에너지가 누적돼 있거나 새로운 강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진이 중요”
이날 오후까지는 여진이 포항 바깥에서 보고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주, 울산에서도 여진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 더욱 규모가 큰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은 진원 깊이가 지하 11∼16㎞였으나 이번 지진은 진원지가 지표면에서 더 가깝다. 그만큼 여진에 대비할 필요가 더 크다는 것이다.
지진의 발생 형태는 정단층·역단층·주향단층(수평이동단층) 지진의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역단층(reverse faults)은 ‘압축단층’이라고도 부른다. 양쪽에서 미는 힘 때문에 지층이 휘어지다가 결국 끊어지면서 생기는 역단층에서는 단층상부의 암석이 위로 움직이고 하부의 암석은 아래로 움직인다. 현재로선 포항 지진은 두 개의 지층이 좌우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일어난 주향단층 지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금부터 일어나는 여진을 잘 관찰해야 한다”며 “만약 포항과 울산을 잇는 삼각형 지대가 흔들리면 울산단층이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단층은 양산단층보다 작지만 역단층이라서 파괴력이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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