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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재해

[포항 강진]한반도 남동부 지층, 잠에서 깨어났나

한반도 남동쪽 단층들이 긴 잠에서 깨어난 것일까. 2년 연속으로 강진이 일어났다. 산림청 무인감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지진으로 한 시간 새 토양층이 6.5㎝ 움직이는 ‘땅밀림’이 일어났다. 포항신항 제1부두는 7㎝가량 내려앉았다. 지난해 경주지진과 지난 15일의 포항지진을 두고 학자들 사이에선 오래 쌓여온 응력이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 동일본대지진 여파라는 설, 전 지구적으로 지진이 강화되는 시기라는 의견 등이 오간다.

■ 오래 쌓인 응력이 분출

한반도에서 지진이 덜 일어난 건 지구 지각판의 경계선이 아닌 안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판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쪽에서는 태평양판이 한반도가 자리한 유라시아판을 밀고, 남쪽에서는 필리핀판이 압박한다. 오창환 전북대 교수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뿐 아니라 유라시아판에 인도판이 부딪치는 힘도 한국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지각판들이 미는 힘을 응력(stress)이라고 부른다. 응력이 어느 한계에 이르면 땅이 꿈틀거리는데, 특히 오랜 세월 지각작용으로 지층들이 어긋나 있는 단층으로 그 힘이 터져나오곤 한다. 


경주, 포항, 울산, 부산을 아우르는 한반도 남동쪽은 유독 단층이 많다. 손문 부산대 교수는 “3000만년 전까지 한반도와 일본이 붙어 있다가 1000만년 전 갈라졌다. 그때 동해안 지역의 지층이 찢어졌을 것이며, 특히 포항 부근은 바다에 잠겨 있다가 융기된 지역으로 지각변동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 남동쪽의 암반은 신생대에 형성된 상대적으로 ‘젊고 약한’ 것들이다. 손 교수는 “한반도 남동쪽은 이미 지진 위험지대였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강진이 없어 잠든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이희권 강원대 교수는 “신라시대에도 경주의 지진 기록이 많았다”고 전한다. 지난해 이전의 과거 이 지역 대규모 지진은 1643년에 일어났다. 학자들은 당시 지진이 규모 7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교수는 “400여년 동안(한반도 남동쪽 단층들이) 비활동기였다가 지금은 지진 활동기에 접어들었을 수 있지만 분석을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는 활동기가 시작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다. 그는 “지진 활동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미 들어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과거보다 강진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동일본대지진의 영향?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지난 9월 경주지진 1년 세미나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이 확장해 장력이 발생했고 작은 힘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반도 지진 빈도가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오창환 교수는 “6년 전 일본 지진과 작년과 올해 한반도 지진의 관계를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최근 지구 전체에서 지진이 늘고 있고 한국도 그 영향 아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학자들이 많다. 오 교수는 “지진을 일으키는 지구적인 힘이 증가하는 시기”라며 “후쿠시마를 포함한 태평양 전체에서 지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지구적인 판의 운동에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지열발전소 때문에 일어났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15일 JTBC 인터뷰에서 ‘인재설’을 제기했다. 그는 “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인 포항에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조그마한 규모의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면서 “4.5㎞ 깊이까지 구멍을 2개 뚫었고, 물을 집어넣게 되면 수압이 높아져 암석이 쉽게 깨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셰일가스를 강력한 물줄기로 뽑아내는 수압파쇄공법(프래킹)이 지진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경 교수는 “외국의 유발지진들은 대개 중소 규모다. 지하에 물을 주입한 것이 규모 5.4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 교수 역시 “핵실험 때 지진도 규모 5.4보다 작을 때가 많은데, (지열발전소 건설이) 그런 큰 힘의 원천으로 작용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