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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능] '기나긴 일주일' 끝났다…난이도 분석과 대입 지원전략

국어에 환율 오버슈팅·삼중 반복 부호화…추론 없인 못 풀 수학

남지원·김지혜·심윤지 기자 somnia@kyunghyang.com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에 앞서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에 앞서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서울 경복고 3학년 오상석군(18)은 “경제와 기술 지문이 어려웠고, 특히 지문과 문제를 대조해봐야 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세화여고에서 시험을 본 ㄱ양(18)은 “비문학 두 문제는 왜 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영역 시간이 모자랐던 학생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에서도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 문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나형 모두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문제들이 특히 어려운 편이었다. 용산고 3학년 윤승재군(18)은 “수학 가형을 봤는데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가형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어려웠고 생소한 유형의 문제가 많았으며 나형은 전년도 수능과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추론에 강한 학생은 오히려 유리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지난해에는 풀이법을 찾기가 힘들었다면, 이번에는 추론을 요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학생의 성향에 따라 올해 수능이 지난해보다 쉽다고 느끼거나 어렵다고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운 문제만 어려웠다’는 말도 나온다. 변별력을 결정짓는 문제의 난도가 높았던 반면 나머지 문제들은 크게 어렵지 않아, 중위권 이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쉬웠다”는 반응도 나왔다. 성적이 평균 3등급 정도인 오모군(18)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6월과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쉬웠고 작년 기출보다도 쉬웠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능의 난도는 소위 ‘킬러 문제’라고 불리는 최고 난도의 한두 문제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어려운 문제에 손대지 못하는 중위권 이하 수험생들은 오히려 난도가 낮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수학은 전체적으로 어려웠다기보다는 일부 고난도 문제가 까다로웠다”며 “30문제 중 26문제는 3등급 수준의 학생들 대부분이 풀 수 있고, 나머지 4개 문제에서 1~3등급이 변별되는 것이 최근 경향”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열 상위권은 국어와 수학,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학탐구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시, 수능 표준점수·백분위 중 유리한 지표 보는 대학 골라야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ㆍ대입 지원전략

[2018학년도 수능]정시, 수능 표준점수·백분위 중 유리한 지표 보는 대학 지원을

수능은 끝났다. 당장 가채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학 입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입시 전문가들이 충고하는 전략의 첫 단추는 가채점부터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별 ‘환산점수’로 변환하고 지원할 만한 대학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 가채점은 정확하게 

입시업체 등에서 제공하는 수능 가채점 결과 영역별 예상 등급과 정시 지원 가능 대학 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가채점 점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정시모집에서 원하는 대학을 가기 어렵다면, 수능 이후 수시모집에 전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대로 가채점 점수가 예상보다 높다면 정시 지원이 유리하며 이미 원서를 접수한 수시 논술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다. 

논술과 면접·구술 등 대학별 시험은 기출 문제와 예시 문제를 체크해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논술시험의 제시문이 교과서와 EBS 교재 범위 안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주어진 논제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지망하는 대학의 출제 유형에 맞춰 글을 써 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에서는 수능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부를 반영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 합격선 근처에서는 동점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대학마다 다른 동점자 처리 규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 표준점수·백분위, 뭐가 유리할까 

정시에서 수능 성적 반영은 표준점수와 백분위 중 하나를 활용한다. 둘 중 어느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지도 판단해야 한다. 표준점수는 전체 응시자들의 성적을 반영해 원점수를 보정한 점수다.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의 최고점은 높아진다. 반대로 문제가 쉬워 평균이 높게 형성되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어렵게 출제된 영역·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을, 문제가 쉬웠던 영역·과목 성적이 우수하다면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백분위는 전체 응시자 가운데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낸다. 어떤 수험생의 수학 영역 백분위 점수가 75점이라면 이 학생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수학 전체 응시자의 75%라는 뜻이다. 0~100점으로 표시되는 백분위는 동점자가 많아 우수 학생 변별력이 표준점수보다 떨어진다.

등급은 표준점수를 토대로 수험생을 1~9등급으로 구분한다. 상대평가 영역·과목에 적용된다. 표준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상위 4%가 1등급, 그 다음부터 상위 11%까지는 2등급, 그 아래부터 23%까지는 3등급이 되는 식이다. 올해부터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 지난해 점수를 참고하려면 영어 성적을 뺀 점수로 환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가-나-다군 ‘조합’ 잘 짜야 

수능 점수대에 따라 지원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인기 학과에 지원 가능한 점수대라면 사실상 2번의 지원 기회가 있는 셈이다. 선호 대학과 학과가 가군과 나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 점수대에서는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대학이 대부분이지만, 연세대처럼 학생부를 반영하는 경우 학생부 성적을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 인기 학과와 지방 국립대 상위권 학과에 지원해볼 만한 점수대라면 가군과 나군의 대학 중에서 한 곳은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곳을 고르고, 나머지 군의 대학에는 소신 지원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학생부는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어 대학별 수능 성적 반영 방법과 반영 비율 등을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중위권 점수대는 수능 점수에 따라 어떤 조합을 짜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수능 3과목만 반영하는 대학들도 있기 때문에 이 경우 합격 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로 지방 소재 대학에 지원한 점수대라면 2개 대학 정도는 적성을 생각하되 합격선을 고려해서 선택하고, 1개 대학 정도는 소신 지원을 할 수 있다. 중위권 수험생들이 모두 하향 지원을 한다면 비슷한 점수대에서는 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합격선이 올라갈 수도 있으니 감안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수험생 울린 문제, 한 번 풀어보세요


홍진수·김경학 기자 soo43@kyunghyang.com
[2018학년도 수능]수험생 울린 문제, 한 번 풀어보세요
[2018학년도 수능]수험생 울린 문제, 한 번 풀어보세요

대체 문제가 뭐였기에,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이의신청 게시판에 수험생들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을까. 

‘국어 시험이 아니라 코딩 시험’이라는 불만이 쏟아진 국어 41번 문제는 부호화 기술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제시된 지문은 날씨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맑음, 흐림, 비, 눈의 ‘엔트로피 부호화’를 통해 각각에 0과 1로 조합된 2진수를 부여했다. 그러고는 5개의 보기에서 날씨와 디지털 숫자의 조합을 추론하게 했다. 

독서유형 29번과 30번에 등장한 ‘환율 오버슈팅’은 환율이 균형을 뛰어넘어 과잉조정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금융용어다. 이 문제들은 환율 오버슈팅과 정부 경제정책의 관계를 주제로 삼아, 독해력뿐 아니라 환율·금리·수출입물가의 상관관계 등 경제학적 사고력까지 요구했다. 영어 35번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주제로 나왔다. 정작 SNS는 영어권 국가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한국식 표현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12월4일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결시율 사상 최고…수능 반영 줄고, 연기된 탓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3일 아침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에 설치된 고사장에서 학생들이 1교시 시험에 앞서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3일 아침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에 설치된 고사장에서 학생들이 1교시 시험에 앞서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를 접수하고도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 5만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 입시 전형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3일 수능 응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결시율은 9.4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결시율 7.88%보다 1.6%포인트나 증가했다. 1993년 수능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결시율이다

국어영역 지원자는 전국 기준으로 59만1324명이었지만, 이날 실제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53만5292명이었다. 5만6032명이 1교시부터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전체 지원자 중 7.88%인 4만7572명이 1교시 시험을 보지 않았다. 

지진 피해를 본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결시율은 9.26%로 전국 결시율보다 낮았다. 수험생 6067명 중 562명이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수능 결시율이 높아진 데는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논술특기자전형 등이 전년보다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까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했던 인하대 수시 논술전형이나 연세대 학종은 올해부터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학생을 선발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점차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이 증가하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전형이 늘고 있고, 수능이 연기되면서 시험을 포기한 반수생 등이 결시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