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KBS 노동조합(1노조)이 23일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8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2노조)는 즉각 “불법적인 비밀 야합”이라며 반발했다. KBS 사측은 “단체협약 타결 이후 벌어지는 고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 퇴진 목적의 파업은 파업 주체와 목적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새노조를 겨냥했다.
새노조 소속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이 넘는다. 그러나 교섭대표 지위는 기존 노조인 1노조가 갖고 있다. 1노조는 지난 8월 31일 지명 파업을 시작으로 9월7일부터 새노조와 함께 파업을 진행했으나 “정치권을 상대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압박하는 투쟁으로 전환하겠다”며 지난 10일 0시부로 파업을 중단했다
KBS는 23일 오후 “5년 만에 노사 간 단체협약을 극적으로 체결했다”며 “KBS는 오늘(23일)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과 최종 협상을 벌여 지난 2012년에 체결된 117개 조항의 기존 단체협약 가운데 12개 조항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새로 합의된 단체협약에는 제작과 보도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KBS 통합뉴스룸국장(옛 보도국장) 등 주요 국장 3인에 대해 중간평가를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요 국장에 대한 중간 평가는 보임 6개월 이후 불신임 여부를 묻는 방법으로 실시되며 통합뉴스룸국장 이외에 다큐멘터리 국장과 라디오1국장에 대해서도 실시된다.
KBS는 “이번 단체협약 체결로 교섭 결렬 상태가 해소됨에 따라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 목적은 달성됐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협약 체결 소식을 심야 뉴스 ‘뉴스라인’을 통해 보도했다.
새노조는 이번 협약을 “불법적인 비밀 야합”으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KBS 새노조는 성명에서 “KBS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새노조 총파업은 흔들림 없이 계속된다”며 “공정방송 쟁취의 최대 걸림돌인 적폐사장 ‘고대영’ 퇴진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방송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 역시 조금의 진척도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 파업은 아직도 여전히 미완이며 파업의 정당성 역시 유효하다”며 “KBS 새노조는 KBS 내 전체 조합원 과반을 차지하는 노동조합으로 과반 노조 동의 혹은 적어도 통지 없이 이뤄지는 단체협약 체결은 무효임을 선언한다. 모든 법적 대응을 통해 불법적인 비밀 야합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노조는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불법 해임 사태와 2009년 MB 특보 출신 김인규 전 사장을 기존 노조가 묵인한 것에 반발해 KBS 기자·PD들을 중심으로 2009년 12월 창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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