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공공기관에서 기관장이나 임원급 고위직에 의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주무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사건처리를 지휘·감독하게 된다. 또 성희롱 피해자에 불리한 처우를 했을 경우에는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어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여성가족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마련해 28일 발표했다.
정현백 장관은 “이번 대책은 최근 잇따른 직장 내 성희롱을 공공부문이 선도해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직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성희롱 피해를 방관하거나 신고를 은폐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감독 시스템을 개선하고, 피해자와 신고자의 2차 피해를 막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대책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임원급 고위직에 의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을 감독하는 주무부·처·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사건처리를 지휘·감독하게 된다.
해당 기관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치 결과를 포함한 성희롱 재발방지대책을 여가부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에도 제출해야 한다. 공공기관 감사 및 평가 항목에도 성희롱 방지조치 항목이 반영된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강화된다.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배치전환, 휴가사용 등을 통해 가해자와 즉시 분리될 수 있도록 했다. 소문을 유포하는 자를 제재하는 등 신고로 인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도 강화할 방침이다.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기관이나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어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불리한 처우 시 사업주에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내년 개정법률 발효시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지만, 실제로 이에 따라 처벌받은 공공기관 사례는 없었다”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실행력 높은 제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도 강화된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성희롱에 대한 공무원 징계 기준을 성폭력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으며, 공공기관에도 징계조치를 공무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적용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공무원의 성 비위 사건 징계결과는 인사 및 성과평가에 반영된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내실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폭력예방교육에 기관장이 불참하거나 고위직 교육 이수율이 50% 미만인 기관을 부진기관으로 선정하고, 부진기관에 대해서는 관리자 특별교육, 언론공표, 예방교육이행계획서 제출 등 사후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기관장과 피해상담·사건조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 교육 과정도 마련된다.
이밖에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성희롱 사건 대응 절차뿐만 아니라 대응 수준까지 판단할 수 있는 상세한 사건처리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이를 눈에 띄는 장소에 상시 게시하도록 했다.
현재 3년마다 성희롱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여가부는 2019년까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에 대한 특별 전수조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적극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두번째로는 규정은 있지만 사실 기관이나 기관장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으로는 작동되지 않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기관이나 기관장에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한 후에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하겠다는 점이 과거 성희롱 관련 대책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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