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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삶

[인터뷰]"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복지사회 유지 못해" 크리스틴 클레메트 전 노르웨이 교육장관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클레메트 전 노르웨이 교육부·노동행정부 장관(60)이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클레메트 전 노르웨이 교육부·노동행정부 장관(60)이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여성가족부

“평생 저는 일을 쉰 적이 없어요. 남편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을 넷이나 키웠죠.”

12일 만난 크리스틴 클레메트 노르웨이 전 교육부·노동행정부 장관(60)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3~5세 어린이 90% 이상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육센터에 간다. 부모들이 내는 비용은 거의 없다. 이런 변화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그가 아이들을 키우던 때에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지만, 30대인 클레메트의 아들들은 모두 육아휴직을 했다. 현직 교육부장관은 4년간 재임하면서 석 달짜리 육아휴직을 두 번 썼다. 이웃한 핀란드에선 오는 2월 아버지가 되는 대통령이 육아휴직을 고민 중이다. 클레메트는 이런 토양에서 직업적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일하는 여성들과 함께 하는 복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민간 정책연구소 ‘시비타’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여성가족부 주최로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한·북유럽 정책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해로 두 번째인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성평등, 그리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여성의 경력이 끊어지는 것을 막고 모두의 노동시간을 줄여 누구나 과로하지 않고 생활을 돌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북유럽 국가들에게서 힌트를 얻자는 취지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노르딕 4개국은 성평등지수가 높고 ‘워라밸’ 즉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잘 잡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레메트를 비롯한 이들 네 나라의 관계자들이 북유럽 상황을 소개했다.

북유럽에서 여성의 권리가 대폭 신장된 것은 복지국가 체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1970년대부터다. 클레메트는 “여성이 정치 분야에 진출한 것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은 줄기차게 경제적·법적으로 온전한 권리를 누리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1974년부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됐고, 1978년에는 여성에게 낙태를 선택할 권리를 주는 법안이 통과됐다. 여성 정치인들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노르웨이 최초의 여성 총리인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는 1986년에 내각의 44%를 여성으로 채웠다. 당시 클레메트가 소속된 야당 보수당 대표도 여성이었고, 이 나라 의회 사상 최초로 의원 임기 도중에 아이를 낳았다. 

평등은 생산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클레메트는 강조했다. 집안일을 남성과 분담하고, 육아 부담은 국가가 덜어 여성의 사회 참여를 보장해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 과실이 다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클레메트는 “석유가 나는 것을 감안해도 노르웨이처럼 높은 복지 수준을 유지하려면 세수가 중요하다”며 “여성을 포함한 개인이 가정을 꾸리면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다면 결국 복지제도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과로의 부담도, 일의 과실도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나눠 갖자는 것이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는 직장인들을 어떻게 퇴근하게 할 것인지가 이슈다. 클레메트는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장 문화”라고 했다. 그가 몸담은 시비타의 직원들은 오후 3시에 퇴근해 아이를 돌보러 간다. 자녀가 아플 때 휴가를 내면서 눈치를 볼 일은 없다. “밤 10시까지 일하면 상사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그런 문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스스로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해왔다고 자평합니다. 아이를 돌보러 집에 가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걸 항상 생각하면서 일을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