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노동부 “이행 시한 내달 5일” 불이행 땐 형사 처벌·과태료
법원이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직접고용지시’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다음달 5일까지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과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28일 서울행정법원은 파리바게뜨가 낸 집행정지 신청에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31일 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는 소송과 함께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집행정지는 현 상황을 그대로 둘 경우 중대한 권리 침해나 재산상 피해가 예상될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한다.
지난 22일 열린 첫 심문에서 파리바게뜨는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사실상 강제성을 지닌 ‘명령’에 해당한다”며 “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거나 53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 시정지시는 상대방(파리바게뜨)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해 효과를 발생시키는, 비(非)권력적인 행정지도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동부 지시는 ‘명령’이나 ‘처분’에 해당하지 않고, 단순히 내사단계에서 적발한 불법사항을 고치라는 ‘행정지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또 “시정지시로 파리바게뜨가 받는 불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파리바게뜨는 법원의 각하 결정을 받아들였다. 대신 본안소송에서 본격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는 직접고용 대신 본사·가맹점·협력업체가 3분의 1씩 출자하는 형태의 합작회사를 만들어 제빵기사를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8일 파리바게뜨가 낸 집행정지 신청에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각하 결정은 본사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것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를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지목한 노동부의 판정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추후 본안소송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그러나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라는 노동부의 지시에 줄곧 반발해온 파리바게뜨로서는 이날 법원의 결정에 적잖이 타격을 입게 됐다.
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은 지난 9월이다.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에서 빵을 만드는 제빵기사들을 전국 11개 협력업체를 통해 고용하고 있다. 가맹점이 이들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으면, 협력업체는 각 매장에 제빵기사를 보내주는 식이다. 제빵기사들은 파리바게뜨 소속이 아니지만 본사의 QSV(품질관리사)로부터 단체카톡방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 6월 정의당은 “사실상 파리바게뜨가 ‘사용사업주’임에도 위장도급 형태로 제빵기사를 쓰고 있다”며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근로감독에 나선 노동부도 불법파견이 맞다고 판단했다. 제빵업은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니다.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하다 적발된 기업은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의무를 갖게 된다. 파리바게뜨 전국 가맹점에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이 일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9월28일 “파견법은 불법파견 노동자를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할 의무를 지우고 있으니, 이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지시를 따르는 대신, 본사와 가맹점, 협력업체가 각각 출자한 합작회사, 이른바 ‘상생기업’으로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제빵기사들의 동의서를 받는 등 상생기업 설립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지난달 31일 행정법원에 ‘직접고용지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핵심 쟁점은 노동부의 지시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였다. 파리바게뜨는 “노동부가 (직접고용) 이행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고,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와 형사처벌도 예고돼 있다”며 “단순한 지도가 아닌, 사실상 ‘명령’이나 처분’에 가깝다”는 주장을 폈다.
법원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 통보한 것은 ‘권고’에 더 무게를 둔 지시였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처럼 정부와 기업이 ‘지시냐 명령이냐’를 두고 공방을 벌인 것은, 노동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등은 각각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노조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곧바로 형사기소 등의 절차를 밟을 경우 정작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구제받을 기회가 사라진다고 보고, 해당 기업에 자율적으로 시정할 기회를 준다. 행정소송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명령’이 아닌 지시를 내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와 아사히글라스도 각 지방노동청에서 직접고용지시를 받았다.
법원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른 시정지시는 사용사업주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며,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과태료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된다”는 파리바게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법원은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이 노동부를 상대로 낸 체불임금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의 집행정지 신청도 같은 논리로 각하했다. 노동부는 앞서 11개 협력업체에 대해 제빵기사 출퇴근 시간 조작 등으로 체불한 임금 110억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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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노동부 관계자는 “본사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미뤄진 날짜를 고려해 다음달 5일까지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노조를 대리하는 신인수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직접고용 의무라는 게 노동부의 시정지시가 아니라 파견법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파리바게뜨는 카페·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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