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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밥값과 보너스도 '최저임금'? 기업-노동계 대립하는 최저임금 쟁점정리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이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 공개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제도 개선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시킬지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김영민 기자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이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 공개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제도 개선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시킬지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김영민 기자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있지 않았던 점심값과 보너스까지 집어넣어 최저임금을 받게 된다면? 최저시급이 올해보다 16.4% 오른다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이 받는 ‘일한 대가’는 줄어들 수 있다. 최저임금의 범위를 놓고 정부와 기업들, 노동계가 머리를 맞댔지만 대립은 팽팽하다. 노동계는 매달 받는 임금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따지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고 하지만 기업들은 최저임금의 범위를 넓혀 각종 수당과 상여금까지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은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전문가 태스크포스(TF)의 최저임금 제도 개선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가구생계비를 어떻게 계측해 반영할 것인가, 업종·지역별로 구분해 적용할 것인가, 최저임금을 반드시 지키도록 할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4가지였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늘 도마에 오르는 단골 이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한 후 전문가 TF를 구성해 여러 대안을 연구해왔다.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단연 최저임금 산입범위였다. 기업들이 복리후생차원에서 내주는 밥값과 한달이 넘는 간격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지금의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이런 이유를 들며 “최저임금보다 늘 더 많은 돈을 주는데도 법 위반이 된다”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실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산입범위를 조정하자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기업들 요구대로 정기상여금과 숙식비까지 최저임금에 집어넣으면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돈은 최저임금이 오른들 크게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사실상 임금이나 마찬가지이니, 최저임금에 집어넣을 때가 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사실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려고 기본급 대신 상여금을 늘려놓는 것은 관행처럼 돼 있다. 2013년 대법원은 “정기성·고정성·일률성을 갖춘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니 최저임금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다만 기업 쪽을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 모두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을 지금 당장 일치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하급심마다 다른 판례가 나와 있는 탓이다. 

TF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현행 유지다. 그 대신 기업은 기본급을 높이고 식비와 수당, 상여금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임금체계를 바꿔 나가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몫이 최저임금에서 계속 빠져 있게 되면 법 위반으로 걸리는 기업이 불필요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현재대로 유지하더라도 기업들 입장을 받아들여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2안은 한 달 주기로 지급하는 모든 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매달 받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들어가지만, 숙식비같은 실비 성격의 돈은 제외한다. ‘1개월 단위’라는 큰 틀을 유지함으로써, 짧은 기간만 일한 노동자들에게도 생계를 보장해주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3안은 얼마만에 한번씩 주느냐와 상관 없이 임금과 수당과 상여금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이다. 임시로 지급되는 일부 항목은 제외된다. 2안이나 3안을 도입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뉴스 깊이보기]밥값과 보너스도 '최저임금'? 기업-노동계 대립하는 최저임금 쟁점정리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기상여금은 성질상 연간 단위로 지급률이 정해지고 일정 기간 나눠서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한 달 넘게 일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 정책실장은 또 “식대와 숙박비, 교통비같은 복리후생비는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실비를 메워주는 것이니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지금처럼 최저임금 범위가 좁으면 정책의 뜻과 반대로 기본급은 낮지만 수당과 상여금을 많이 받는 고연봉 대기업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를 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본부장은 “연봉 4000~5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고스란히 누릴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비혼 단신근로자가 아닌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도 논의됐다. TF는 앞으로 표준생계비를 기준으로 할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종·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자는 기업들 요구에 대해서는 의견이 맞섰다. 노동계는 업종별로 임금이 달라지면 가뜩이나 저임금인 노동자들 월급이 먼저 깎일 것이라며 반대했다.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TF는 노동부가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하고,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다양화할 것을 제언했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다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는 연말까지 TF의 최종보고서를 받아 논의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