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 70명 "본사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본사 '꼼수' 막을까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입력 : 2017.12.08 17:21:00 수정 : 2017.12.08 17:29:32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70명이 ‘본사 소속의 정규직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파리바게뜨는 5300여명의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가맹점·협력업체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에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로부터 ‘직접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동의서를 억지로 받아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제빵기사들이 직접 나서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까지 낸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노조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의 임종린 회장은 제빵기사 70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6일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냈다고 8일 밝혔다. 임 회장은 “70명은 1차로 진행하는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의 제빵기사(원고) 규모”라면서 “다른 제빵기사들도 소송 의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추가로 소송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노동부가 9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했다고 봤다는 것은 제빵기사들이 본사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제빵기사들의 지위를 법원으로부터 다시 확인받고자 한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월 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면서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것은 불법파견이라면서 직접 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그동안 전국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기사 5300여명은 본사도 가맹점도 아닌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었다. 이들은 업무 지휘·감독은 본사로부터 받고, 업무는 각 가맹점에서 하며, 근로계약은 협력업체와 맺어온 것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노동부의 시정지시에 따르는 대신 불법을 피해나갈 우회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처음엔 행정법원에 노동부의 시정지시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시간을 끌었다. 신청은 기각됐지만 그 사이 파리바게뜨는 가맹점, 협력업체와 합작회사 ‘해피파트너즈’를 만들어 이 회사가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짜 냈다. 그리고 제빵기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직접 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동의서를 받아냈다. 파견법에 따르면 불법파견 판정 후 노동자 본인이 직접 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본사의 직접 고용 의무도 사라진다. 

파리바게뜨가 낸 노동부 시정지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서 정부는 파리바게뜨에 과태료를 최대 530억원 가량 부과(노동자 1명당 1000만원)할 수 있게 됐지만 직접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제빵기사 숫자만큼 과태료 금액이 줄어든다. 파리바게뜨는 전체 제빵기사의 70%에 달하는 3700여명으로부터 이러한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빵기사 노조 측은 “억지로 동의서를 썼다가 철회하려고 노조의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300명이 철회서를 썼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제빵기사들의 동의 철회가 계속 늘고 있다며, 동의서가 자발적으로 작성됐는지 전면 재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노조는 파리바게뜨 본사와의 대화 시도는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개인들에게만 접근했을 뿐 노조와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본사와 제빵기사 노조는 다음주에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