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1조원 넘게 깎여 최종 확정됐다.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늘리는 ‘문재인 케어’를 앞둔 상황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이 역대 최저치로 줄었고, 아동수당과 기초연금도 지급범위가 줄어들거나 지급시기가 미뤄져 줄줄이 깎였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이 당초 국회에 낸 정부안 64조2416억원보다 1조862억원(1.7%) 줄어든 63조1554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복지지출이 늘면서 올해 본예산인 57조6628억원보다는 5조4927억원(9.5%)가량 늘어났다.
분야별로는 총 19개 사업 예산이 정부안보다 1조5128억원 감액됐고, 59개 세부사업 예산은 4266억원 증액됐다. 정부안에 5조4201억원으로 돼 있던 건강보험 가입자 국고지원액은 국회 예산심사를 거치며 2200억원(4%) 줄어 5조2001억원으로 확정됐다. 건보 수입이 53조3209억원일 것으로 예상했을 때 정부가 내주는 돈이 9.8%에 그치게 돼, 법정기준인 14%를 크게 밑돈다. 국고지원율이 1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법에 명문화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부담금이 312원 늘어나면 건강증진기금으로 건보에 충당되는 돈이 883억원 늘어 총 1조9732억원이 되지만 삭감액을 메우기엔 부족하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대까지 끌어올리는 ‘문재인 케어’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5년간 30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건강보험이 쌓아둔 흑자 21조원의 절반 가량을 활용하고, 거기에 국고지원을 늘리고 보험요율을 올려 나머지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 수준으로 예상됐던 내년 건보료 인상율은 2.04%로 결정됐다. 국고지원까지 줄면 보장성을 높일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건보 흑자가 많이 누적돼 있어 당장은 괜찮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재인 케어를 안착시키는 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애초에 정부 예산이 너무 적게 책정됐는데 국회가 그마저 줄이고 쪽지예산을 넣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아동수당 관련 예산은 정부안에서 3분의1 이상이 깎인 7096억원으로 확정됐다.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소득 상위 10% 가구를 빼고 지급시기도 7월에서 9월로 미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예산도 기준액을 25만원으로 인상하는 시기를 4월에서 9월로 늦췄다. 그래서 총액이 9조8400억원에서 9조1229억원으로 7171억원(7.3%) 줄었다. 치매안심센터는 지역별로 개소 시기가 늦어지는 곳이 있어 운영비 예산이 2332억원에서 1457억여원으로 37.5% 줄었다.
‘이국종 청원’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된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정부안 400억4000만원에서 50% 넘게 올린 601억4400만원으로 확정됐다. 증액된 201억원 중 192억원은 의료진 처우개선에 쓰인다. 닥터헬기 1대를 새로 사들이기 위한 예산도 11억원 집어넣었다. 기본보육료 인상 대상이 전체 어린이집으로 확대되고 보육료 인상폭이 커지면서 영유아보육료 예산은 정부안 3조1663억원에서 1282억원(4%) 늘었다.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역아동센터·육아종합지원센터 예산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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